심훈 친필 59점 귀환…검열 흔적·상록수 전모 공개
핵심 요약
심훈의 친필 원고와 유품 46건 59점이 7년간의 협의 끝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붉은 검열 흔적이 남은 ‘심훈시가집’과 ‘상록수’ 친필 원고 전체본이 공개됐다. 자료는 내년 4월 국립한국문학관 개관 이후 순차적으로 일반에 선보인다.
시인이자 소설가, 독립운동가인 심훈(본명 심대섭·1901~1936)의 친필 원고와 유품 46건 59점이 사후 90년 만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립한국문학관이 광복절을 앞두고 공개한 자료에는 1932년 출간을 준비한 ‘심훈시가집’과 장편소설 ‘상록수’ 전체 원고가 포함됐다. 유족과 문학관은 2019년부터 7년간 협의를 거쳐 지난 6월 초 기탁약정서를 체결하고 같은 달 23일 자료를 인수했다.
‘심훈시가집’에는 ‘그날이 오면’과 3·1운동 참여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을 때 쓴 ‘감옥에서 어머님께 올린 글월’ 등이 친필로 실렸다. 조선총독부 경무국 도서관에 제출된 원고 곳곳에는 검열 과정에서 그어진 붉은 선과 도장이 남아 있다. 생전 출간은 무산됐고 1949년에야 유고 시집으로 출간됐다. 처음 전체가 공개된 ‘상록수’ 원고는 신문 연재본과 문장 구성·표현이 다른 대목을 담고 있으며, 국내에는 그동안 당진 심훈기념관의 낱장 9점가량만 전해졌다.
기탁 자료에는 ‘직녀성’, ‘영원의 미소’ 친필본과 영화 각본, 사진, 부고 전보도 들어 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의 금메달 소식을 접한 뒤 신문 호외 뒷면에 쓴 생애 마지막 창작시로 알려진 ‘오오, 조선의 남아여!’ 초고도 포함됐다. 자료는 심훈이 숨진 해에 태어나 부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셋째 아들 심재호(1936~2021)씨가 지켜왔다. 그는 기자로 일하다 1974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버지니아주 알링턴 자택에서 원고를 정리하고 메모를 붙여 오동나무함에 50년가량 보관했다.
심훈은 1919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재학 중 3·1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른 뒤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운동가와 사상가들을 만났으며, 문학·영화·언론을 넘나들며 활동했다. 이번 자료는 식민지 현실과 항일 민족의식이 담긴 작품의 창작 과정은 물론 당시 조선어 문체와 일제 검열을 살필 근거로 평가된다. 약 12만점을 소장한 국립한국문학관은 2023년 일본 연구자 고 오무라 마스오의 자료를 받은 데 이어 두 번째로 해외 한국문학 자료를 들여왔으며, 내년 4월 개관 후 심훈 자료를 순차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