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친필 원고 귀환…붉은 ‘삭제’ 도장 확인
핵심 요약
심훈의 친필 원고가 사후 90주년을 맞아 국내로 돌아왔다. ‘그날이 오면’ 원고에는 작품 전체를 삭제하도록 한 일제 검열 도장이 남아 있다. 마지막 시와 ‘상록수’ 원고를 포함한 자료는 국립한국문학관에 영구 전시된다.
일제강점기 저항 시인이자 소설가인 심훈의 친필 원고가 사후 90주년을 맞아 국내로 돌아왔다. 생전에 출간하지 못한 시집 ‘그날이 오면’의 원고에는 조선총독부가 찍은 붉은색 ‘삭제’ 도장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일부 표현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지우도록 한 검열의 실상이 심훈의 필체와 함께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날이 오면’은 애초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을 뜻하는 ‘단장이수’라는 제목으로 쓰였다. 심훈은 1932년 ‘심훈 시가집’을 준비하면서 제목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원고를 직접 작성해 검열을 받았다. 그러나 작품 전체에 삭제 처분이 내려지면서 시집은 생전에 빛을 보지 못했고, 광복 이후인 1949년에야 출간됐다.
원고는 심훈의 셋째 아들 심재호 씨가 미국으로 이주한 뒤 오랫동안 간직해 왔으며, 최근 유족이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했다. 유족은 원고가 조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심재호 씨의 뜻을 이어 기증을 결정했다. 임헌영 국립한국문학관장은 이 자료가 일제의 철저한 필화 감시를 보여 주는 동시에 검열 흔적이 가장 선명하게 남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심훈이 1936년 세상을 떠나기 약 한 달 전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소식을 접하고 신문 호외 뒷면에 급히 쓴 마지막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도 처음 공개됐다. 대표 소설 ‘상록수’의 친필 원고 700여 매 역시 함께 귀환했다. 이번에 돌아온 원고와 관련 자료는 내년 초 개관하는 국립한국문학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