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훈 문학유산 59점, 미국서 국내로
핵심 요약
심훈의 친필 원고 등 문학 자료 46건 59점이 미국 거주 유족을 통해 국립한국문학관에 기탁됐다. ‘그날이 오면’ 원고에는 붉은 붓질과 삭제 도장이 남아 일제 검열의 흔적을 드러낸다. ‘상록수’ 관련 원고·교정쇄·영화 시나리오와 심훈의 마지막 시도 함께 국내에 들어왔다.
심훈 작가의 장편소설 ‘상록수’와 시 ‘그날이 오면’ 친필 원고를 포함한 문학 자료 46건 59점이 미국 거주 유족의 뜻에 따라 국립한국문학관에 기탁됐다. 11일 처음 공개된 자료에는 소설 ‘직녀성’과 ‘영원의 미소’ 원고도 들어 있다. 심훈이 1936년 세상을 떠난 지 90년 만에 주요 작품의 창작 기록이 국내에서 한데 보존될 길이 열린 것이다.
기탁 목록에는 ‘상록수’ 친필 원고와 신문 연재본 스크랩, 교정쇄, 단행본 초판의 표지와 내지, 심훈이 직접 쓴 영화 시나리오 원고가 포함됐다. ‘그날이 오면’ 원고에는 지면을 가로지르는 붉은색 붓질과 위아래에 찍힌 ‘削除(삭제)’ 도장이 남아 일제 검열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 시는 1932년 조선총독부의 출판 허가를 받지 못해 당시 책으로 나오지 못했다.
자료는 심훈의 셋째 아들 심재호 씨가 수집해 오동나무 함에 정리하며 보관해 왔다.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하다 1974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2007년 버지니아주 알링턴 자택에 ‘심훈기념관’을 마련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19년부터 현지를 찾아 자료 이관을 협의했고, 올해 6월 유족과 기탁약정서를 체결했다. 장녀 심영주 씨는 부친이 심훈의 정신을 이어갈 곳에 자료가 전해지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상록수’는 1935년 동아일보 창간 15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으로, 그해 9월 15일부터 이듬해 2월 15일까지 연재되며 브나로드 운동과 식민지 농촌의 현실을 담았다. 심훈은 영화 제작을 위해 작품을 직접 각색했으나 1936년 장티푸스로 숨져 시나리오만 남겼다. 이번 기탁 자료에는 손기정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알린 신문 호외 뒷면에 쓴 마지막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