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없는 늑대, 무대 위 관계가 만든 공포
핵심 요약
이하느리가 ‘아기돼지 삼형제’를 관계 중심의 3막 음악극으로 재구성했다. 늑대를 직접 등장시키지 않고 음악·무용·설치미술로 믿음과 공포를 표현한다. 양정욱·신예훈·이한이 참여한 작품은 15~1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작곡가 이하느리가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음악과 무용, 설치미술이 결합된 음악극으로 다시 풀어낸다. 첫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는 새롭게 설정한 세 형제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3막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컨템포러리 플랫폼 ‘싱크 넥스트 26’ 프로그램으로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S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극에는 이야기의 공포를 이끄는 늑대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실체를 보여주는 대신 인물들이 공유하는 믿음과 두려움, 서로 뒤섞이는 과정을 음악과 움직임, 무대장치로 드러낸다. 배역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큰 구조를 유지하면서 서사에 따라 전개가 달라질 여지를 뒀다. 마지막에는 대사와 작업 메모, 연출 지시가 무대 요소로 제시돼 허구의 이야기와 창작 현장의 경계가 흐려진다.
작품은 셋째 돼지가 첫째와 둘째를 삼킨 늑대를 다시 먹는 판본에서 출발했다.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로 포장된 동화의 잔혹성과 정형화된 구조를 해체하려는 이하느리의 구상에 시노그래퍼 양정욱의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양정욱은 늑대와 돼지의 관계가 단계적으로 달라지는 구조를 세우고, 그 틀을 흔드는 비정형적 무대장치를 배치했다. 논리적인 설명보다 소리와 움직임, 공간이 만드는 무언의 관계가 핵심 표현 수단이 됐다.
2024년부터 설치미술에 관심을 넓힌 이하느리는 평소 작품을 눈여겨보던 양정욱과 시상식에서 만난 뒤 협업을 제안했다. 지난해 설치작업을 함께한 작곡가 신예훈과 이한도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세 작곡가는 극의 서사에 맞춰 각자 곡을 만들었고, 이하느리가 전체 흐름과 음색을 조정해 하나의 틀로 재구성했다. 총연출까지 맡은 그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비도 투입했으며, 이번 작업을 계기로 무대 연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