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세제 강화에 커지는 임대차 불안
핵심 요약
실거주 중심의 세제 개편으로 세입자의 퇴거와 월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서울 전·월세 수요와 가격은 이미 높은 수준이며 공급 위축 조짐도 나타났다. 정부는 세제 개편과 동시에 임대차 시장과 세입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2026년 세제 개편안’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세율과 중과세가 강화되고, 종부세 기본 공제는 실거주자 14억원과 비거주자 9억원으로 나뉜다. 집주인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거주를 선택하면 기존 세입자는 퇴거 요구나 월세 인상에 직면할 수 있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2029년부터 10년을 실제로 거주해야 최대 80%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 기준은 소득이 없는 고령 1주택자뿐 아니라 자녀 교육이나 지방 발령 때문에 몇 년간 집을 비운 비강남권 실수요자의 부담까지 높일 수 있다. 발표 하루 만에 강남 3구 등에서 전세 매물이 감소하는 움직임도 나타나 임대차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의 임대차 수급은 이미 공급 부족이 뚜렷한 상태다. 6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월세 수급 지수는 122.5로 5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수요가 공급보다 20%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평균 전셋값은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고, 무주택자와 젊은 층은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월세 비율도 역대 최고인 54.8%로 올랐으며 평균 월세는 159만원을 넘어섰다.
세제 압박으로 주택 매물을 늘리려는 정책 목표가 실제 구매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의 주거 안정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대출 제약과 고금리·고물가 속에서 전세금 마련도 버거운 무주택자는 집값이 내려도 곧바로 주택을 사기 힘들다. 10년 거주 요건을 피하려고 집주인이 형식적인 주민등록 공동 등록을 요구하거나 전입신고 연기를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세제 개편과 함께 전·월세 공급 위축과 세입자 퇴거 위험을 줄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