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부터 AI 연인까지, 연애 예능의 경계
핵심 요약
시한부·중증 질환 경험자의 사랑을 다룬 연애 예능이 흥행과 윤리 논쟁을 함께 불러왔다. 제한된 시간을 데이트 화폐로 활용한 장치와 의료 이력의 콘텐츠화가 엇갈린 반응을 낳았다. AI 연인 프로그램까지 예고되면서 연애 예능은 사랑과 관찰의 경계를 다시 묻고 있다.
한국 연애 리얼리티가 시한부 판정을 받거나 생사를 넘나든 청년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윤리적 시험대에 올랐다. 월요일 첫선을 보인 SBS ‘Love Against Time’은 말기 진단을 받았거나 중증 질환에서 살아남은 20·30대가 삶에 남은 사랑을 찾는 과정을 담는다. 전 연인과 이혼 부부, 무속인, 성소수자까지 확장돼 온 출연자 구성이 질병과 인간이 아닌 연인으로 다시 넓어지는 모습이다.
첫 방송에서 출연자 8명은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눈 뒤 4기 암과 위 전절제술, 죽음이 가까이 왔다고 느낀 밤이 기록된 치료 일기를 공개했다. 매일 저녁에는 100분을 10분 단위로 나눠 호감 상대에게 보내며, 두 사람이 합계 100분 이상을 주고받으면 100~200분 동안 데이트할 수 있다. 개인에게 남은 시간을 환기하던 숫자가 화면에서는 연애의 교환 수단이 되는 구조다. 이 프로그램은 공개 첫 주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9위로 진입했고, 일본 ABEMA와 대만 friDayVideo, 홍콩 Viu에도 방영권이 판매됐다.
제작진은 질병과 투병 자체보다 생사의 고비가 남긴 흔적을 마주하고 이후의 삶과 사랑을 다시 바라보는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소아 림프종을 이겨낸 진행자 최예나는 출연자들에게 낯설면서도 깊은 공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이 신체 변화와 흉터를 이해할 상대를 원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시한부’와 ‘암 투병’이 홍보 문구로 소비되고, 일반인의 의료 이력과 상처가 경쟁형 예능의 차별화 요소로 바뀔 수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SBS는 8월 20일에는 인간과 생성형 AI의 감정 관계를 다루는 데이팅 서바이벌을 선보일 예정이다.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를 주요 인간 출연자로 내세워 참가자들이 AI 연인과 대화하고 일상을 나누며 설렘과 실망을 오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챗봇과 정서적 유대를 맺었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기술보다 외로움과 연결의 본질을 묻는 구성이다. 여러 카메라와 편집된 시간선을 통해 출연자의 표정과 행동을 전지적으로 관찰하고 진정성이나 조작성을 판단해 온 연애 예능의 시선은 이제 질병의 상처와 비인간 관계까지 다루며 그 허용 범위를 되묻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