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영화에 새겨진 배우자 상실의 깊이
핵심 요약
위응물은 서른여섯 살에 숨진 아내 원씨를 기리며 19수의 도망시를 남겼다. 영화 ‘섀도우랜드’는 아내 조이를 잃은 C S 루이스의 비통함과 신앙에 대한 회의를 그렸다. 한시와 영화는 사별의 슬픔이 사라지기보다 견디며 살아가야 할 그리움으로 남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진의 반악과 당나라의 위응물은 한시의 역사에서 아내의 죽음을 가슴 저리게 읊은 시인으로 꼽힌다. 위응물은 마흔 살 무렵 세상을 떠난 아내를 기리며 19수의 도망시를 남겼다. 연작에는 열여섯 살에 시집와 서른여섯 살에 생을 마친 부인 원씨를 잊지 못하는 마음과 사별 뒤에도 가라앉지 않는 상실감이 겹겹이 담겼다.
위응물의 시는 어머니가 숨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천진하게 장난치는 어린 딸과 홀로 비통함을 견디는 아버지를 나란히 세워 비극성을 키운다. 청나라 심덕잠은 딸의 놀이가 시인의 아픔을 배로 깊게 만든다고 짚었다. 장례 때에는 경황없이 아내를 보내지만 시간이 흐른 뒤 그날을 잊기 어려워지고, 꿈속에서 아내를 본 듯해 놀라 깨어 방 안을 서성이는 모습도 시에 새겨졌다.
리처드 애튼버러 감독의 1993년 영화 ‘섀도우랜드’는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가 겪은 실제 사별을 다룬다. 사랑하는 아내 조이를 잃은 루이스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의붓아들과 함께 애통해한다. 두 사람이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장면은 영화 속 슬픔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다. 루이스는 이후 비통함과 신앙을 향한 회의를 책 ‘헤아려 본 슬픔’에 남겼다.
‘나니아 연대기’의 ‘마지막 전투’에서 현실을 진짜 세계의 그림자로 표현했던 루이스도 아내의 죽음 앞에서는 현실의 고통을 떨쳐내지 못했다. 위응물 역시 사별의 충격을 한순간의 감정으로 끝내지 않고 19편의 시에 간절한 그리움으로 쌓아 올렸다. 시대와 형식은 다르지만 한시와 영화는 배우자를 잃은 남편에게 드리운 짙은 상실을 함께 보여주며, 잊을 수 없는 슬픔을 견디며 살아가는 삶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