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폭염에 멈춰 서는 인체 냉각 기능
핵심 요약
고온다습한 폭염에서는 땀이 증발하지 않아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이 약해진다. 기온이 정상 체온을 넘으면 외부 공기가 몸을 가열해 열사병 위험이 커진다. 냉방시설로 이동하고 손바닥을 차갑게 식히는 적극적인 냉각 조치가 필요하다.
장마가 끝난 7월 하순부터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겹치는 이중 열돔이 형성되면서 전국 곳곳의 기온이 40도에 육박했다. 태풍 돌핀의 영향으로 아침과 저녁 더위는 다소 약해졌지만, 한낮에는 폭염특보와 열사병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고온에 습도까지 높아지면 땀이 피부에서 증발하지 못해 체온을 낮추는 인체의 냉각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땀의 냉각 효과는 물이 수증기로 바뀌면서 피부의 열을 빼앗는 기화열에서 나온다. 체중 70㎏인 성인이 땀 약 100㎖를 흘려 모두 증발시키면 체온을 약 1도 낮추는 열교환 효과가 생긴다. 그러나 공기 중 수증기가 포화된 환경에서는 땀이 피부에 맺혀 흐를 뿐 증발하지 않는다. 기온마저 정상 체온인 36.5도보다 높아져 37~41도에 이르면 대류와 복사를 통한 방열도 어려워지고, 외부 공기가 오히려 몸을 가열한다.
전신의 털을 줄이고 온몸에서 땀을 배출하도록 진화한 인류는 장시간 달리면서도 체온 상승을 억제해 사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2024년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에 실린 캐나다 트렌트대 연구는 이런 지속주행 능력을 인류 진화의 특징으로 다뤘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국내 폭염은 2.2배, 열대야는 3배 늘었다. 2023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된 국제 공동연구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오르면 인도·중국·아프리카 등지의 약 40억명이 생체 허용 한계를 넘는 습한 더위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온다습한 상황에서는 선풍기의 뜨겁고 습한 바람이 몸으로 열을 전달해 열사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우선 그늘로 이동하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냉방시설이나 지하철로 피해야 한다. 차가운 음료 용기나 냉방된 손잡이를 손바닥으로 잡으면 동정맥 문합 혈관을 통해 전신의 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에어컨 사용 증가는 전력 소비와 실외기 열 배출을 늘려 도시 열섬을 심화할 수 있어 친환경 냉방기술, 도시 녹지 확충, 탄소 배출 감축이 함께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