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세우타에 이주민 수만 명 몰려…군 투입에도 사망자 속출
핵심 요약
모로코 이주민 수만 명이 스페인령 세우타로 무단 월경해 최소 18명이 숨지고 스페인 정부가 군을 투입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24시간 동안 4만9000명이 국경을 넘었다고 발표했으며, 시내 상점이 문을 닫고 난민 수용 시설이 한계에 달했다. 이번 사태는 스페인-알제리 관계 개선에 대한 모로코의 보복 또는 스페인 대법원 판결이 도화선이 됐다는 해석이 나오며 외교·이민 정책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북아프리카 해안에 위치한 스페인령 세우타에 모로코 출신 이주민 수만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일대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스페인 정부는 군을 긴급 투입해 대응에 나섰지만, 최소 18명이 숨지는 등 사태는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AFP·로이터통신 등은 30일(현지시간) 세우타에서 이주민들의 대규모 무단 월경이 발생해 현장 통제가 어려워지자 스페인 당국이 군 병력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31일 최근 24시간 동안 국경을 넘은 모로코인이 4만90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현장 영상에는 이주민들이 철조망을 넘거나 바다에 뛰어들어 국경을 통과하는 모습이 담겼으며, 젊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고령층도 포함됐다. 세우타에 도착한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거리를 달리거나 '스페인 만세'를 외치며 땅에 입을 맞췄다.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자치정부 수반은 완전한 인도주의적·사회적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며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밝혔다. 시내 상점들은 잇따라 문을 닫았고 난민 수용 시설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이번 집단 월경은 처음이 아니다. 세우타는 2021년에도 이틀 동안 1만 명의 이주민이 몰려들었고, 또 다른 스페인령 멜리야에서도 2022년 집단 진입 시도가 있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스페인과 알제리의 관계 개선에 불만을 품은 모로코가 보복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카르노 파비아니 국제위기그룹 북아프리카 담당 이사는 스페인과 알제리의 관계 개선에 대한 모로코의 보복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서사하라 영유권 문제로 수십 년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대법원의 지난 8일 판결이 도화선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국경 철책을 넘어온 이주민은 즉시 송환 대상이었지만, 대법원은 철책을 우회해 바다로 들어오면 일반 입국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경경비대 관계자는 조금씩 이어지던 밀입국 흐름이 이날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스페인 정부는 육군 병력을 국경에 배치하고 해·공군 지원을 늘렸으며,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이민 정책 논쟁과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보수 야당은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촉구했고, 극우 정당은 산체스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솅겐 조약 중단을 포함한 비상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스페인 정부는 주스페인 이탈리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미국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대규모 이민을 허용하는 극좌 정책이 유럽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스페인에 노선 변경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