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하는 세계 속 존재를 묻는 함양아 개인전
핵심 요약
함양아의 장기 연구 프로젝트 8년을 조망하는 개인전이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8채널 신작은 장례와 탄생, 노동과 자연의 이미지를 순환 구조로 엮는다. 개인의 목소리와 사회 제도, 기술과 생태계가 연결된 세계를 영상과 설치로 살핀다.
인간과 사회, 자연이 맺는 관계를 탐구해 온 함양아의 개인전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가 서울 종로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와 스페이스1·2에서 10월 4일까지 열린다. 2018년 시작된 동명 장기 연구 프로젝트의 8년 여정을 조망하는 자리로, 신작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과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를 포함한 주요 작품이 한자리에 놓였다.
전시의 중심인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4.0’은 22분 길이의 8채널 비디오다. 원형 구조의 여덟 화면은 수장과 장례, 탄생, 생로병사, 일상과 노동, 종교·문화의 변화, 디지털화된 물을 7개 장으로 펼친다. 관람객이 구조 안으로 들어가면 위치마다 보이는 영상이 달라 전체 장면을 동시에 파악하기 어렵다. 직선적 발전이나 단일한 시선으로는 세계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설치 방식에 반영됐다.
스페이스2의 ‘듣는 화자, 말하는 타자’는 세계 각지 참여자들이 웹사이트의 이슈에 관한 생각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으로 구성됐다. 일상생활과 제도, 사회심리, 자연, 과학과 기술 등 다섯 범주로 재편된 개인의 목소리는 노동과 가족, 기후위기와 기술 변화로 이어진다. 재난의 피해자와 관찰자, 보호와 통제의 체계를 비춘 ‘잠’을 비롯해 금융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굶주림, 제도화된 돌봄과 배움을 다룬 기존 연작도 함께 공개됐다.
1968년생인 함양아는 서울대에서 서양화와 미술이론을 공부하고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뒤 서울과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해 왔다.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며 사회 시스템 속 개인과 집단, 인간이 변화시킨 자연의 관계를 영상과 설치로 다뤘고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올랐다. 아트선재센터 개인전은 2010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 전시는 진보가 몸과 공동체, 생태계에 남긴 흔적을 순환의 구조로 되짚으며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지속할 질서의 가능성을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