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 펼쳐진 해방 전 북녘 생활문화
핵심 요약
일제강점기 북한 지역의 민속유물 316건 346점이 특별전에서 처음 선별 공개된다. 해주 항아리와 지역별 공예품·생활유물, 금강산 관련 자료가 타워형 수장고 공간에 전시된다. 북녘의 다채로운 생활문화를 조명하는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열린다.
해방 전 북한 지역의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특별전 ‘제로: 민속의 길에서 만난 북한’이 12일부터 서울 경복궁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에서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일제강점기 북한 지역 민속유물 가운데 316건 346점을 처음 선별해 공개하는 전시로, 직접 찾아가기 어려운 옛 북녘 지역의 생활상을 공예품과 의식주 관련 유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의 개방형 수장고를 본떠 내부 유물이 보이는 타워형 구조로 꾸며졌다. 관람객은 수장고 사이를 걸으며 북한 각 지역에서 사용된 생활유물을 만난다. 별도 공간에는 김의광 목인박물관장이 기증한 해주 항아리 232점 중 88건이 진열됐다. 푸른 안료로 꽃과 물고기, 집과 사람을 자유롭게 그린 항아리 특유의 소박하고 익살스러운 표현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름을 알린 황해도 해주 항아리에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민화풍 장면이 담겼다. 거북이가 풀꽃과 나무 사이에서 나비와 함께 떠다니고, 벙거지를 쓰고 논일하던 농부는 날아가는 제비 곁에서 자세를 취한다. 정자에서 풍류를 즐기는 양반과 기생은 작은 형체가 서로 엉긴 듯 묘사됐다. 거칠고 간결한 필치로 완성된 도상들은 당시 공예의 독특한 미감과 해학을 드러낸다.
남북이 함께 자연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온 강원도 금강산 관련 기록과 재현 자료도 다수 전시된다. 박물관이 ‘북한’으로 분류해 보관 중인 민속자료는 약 3천 점으로, 이번 특별전은 연구와 보존의 대상이던 소장품을 국민에게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첫 자리라는 의미를 지닌다. 해주 항아리부터 지역별 생활유물과 금강산 자료까지 아우른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