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견제 공백, 피해자에게 떠넘겨진 입증 책임
핵심 요약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수사를 검증하고 견제하던 국가 차원의 장치에 공백이 생겼다. 스토킹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들은 수사·재판 과정의 2차 피해와 제도적 한계를 드러냈다. 실질적인 이의신청과 초기 정보 제공, 법률지원 체계를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수사에서 오류나 누락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활용하던 국가 차원의 검증·견제 장치가 사라지게 됐다. 제도 변화 이후의 공백을 메울 방안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고, 수사 증거를 찾고 혐의를 입증할 법률 지식을 익히는 부담이 피해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9년부터 모르는 남성의 스토킹을 겪은 한 피해자는 고소와 수사, 기소, 재판을 통과하며 형사사법 절차를 기록해 책 ‘탁월한 피해자’로 펴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씨도 피해자 연대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수사기관의 2차 가해와 재판 과정에서의 무력감을 경험했고, 범죄 피해자가 사건의 당사자로 충분히 인정받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드러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앞두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의원, 국민의힘 의원들이 피해자들을 초청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홍기원 의원 등 13명이 마련한 토론회에도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폐지를 당론으로 추진했고, 공동 주최 의원 가운데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없었다. 이소영 의원만 기권했다.
보완수사권이 존재하던 시기에도 피해자의 억울함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며, 쟁점은 검찰과 경찰 가운데 어느 기관이 더 우월한지에 있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신속한 보완을 언급한 만큼 피해자 이의신청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점검하고, 수사 초기부터 사건 진행 정보와 법률지원을 제공할 장치가 요구된다. 경제적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 피해자까지 보호하는 일은 개인의 용기나 역량이 아니라 국가가 맡아야 할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