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회복에도 멈춘 유럽 공장, 중국산이 빈자리 채워
핵심 요약
유로존은 소비 증가에도 산업생산이 정체되면서 중국산 제품의 시장 침투가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 PMI는 개선됐지만 적체 주문 처리 효과가 컸고 신규 수요 회복은 미미했다. AI 분야도 산업 구조와 높은 전기요금, 전력망 제약으로 전통 제조업의 부진을 보완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에서 소비 증가가 역내 생산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흐름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소매판매는 늘지만 산업생산은 정체된 가운데, 유럽 공장의 빈자리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이 채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신차 시장에서 BYD·체리·지리 등 주요 중국 브랜드의 합산 점유율은 10%를 넘어 1년 전 6.8%보다 3%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최대 45%의 관세도 판매 확대를 막지 못했다.
의류와 생활용품 시장에서도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저가 소포가 급증했고, 프랑스에서는 현지 패스트패션 업체가 문을 닫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EU 전체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이후 금액 기준으로 정체됐지만 물량 기준으로는 계속 증가했다. 비슷한 금액으로 더 많은 제품이 들어온 셈이다. 최근에는 이런 흐름이 소비재를 넘어 기계류와 일반 제조업 제품으로 번지고 있으며, 자동차·기계·항공기 등 자본재 분야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경기 설문과 실제 생산 사이의 온도 차도 확인된다. 7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9로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경기 확장 기준인 50을 6개월 연속 웃돌았다. 그러나 공급망 압박이 완화되면서 쌓여 있던 주문을 처리한 영향이 컸고, 신규 주문의 개선 폭은 미미했다. 지난해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수출 주문이 앞당겨지며 생산이 일시적으로 늘었다가 물량 소진 후 다시 둔화한 흐름과 유사하다.
전통 제조업의 부진을 보완할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유럽의 생산 유발 효과는 제한적이다. 동아시아는 반도체 등 AI 하드웨어 기업의 비중이 높지만 유로존은 소프트웨어 개발사 중심이며, 상장기업 시가총액에서 AI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이나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 높은 전기요금과 전력망 제약도 데이터센터 투자를 가로막는다. 프랑크푸르트·런던·암스테르담·파리·더블린에서는 신규 전력망 연결에 7~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며, 전력 여유가 있는 북유럽은 에너지 보호와 요금 억제를 위해 AI 인프라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제조업이 뚜렷하게 회복하려면 역내 신규 수요를 만들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