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시가 열어젖힌 가족의 속마음
핵심 요약
실버 센류를 가족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자 세대별 고민과 공감이 드러났다. 가족과 지인들은 노환, 육아, 의료 현장의 무력감, 외로움과 건망증을 짧은 시에 비춰 이야기했다. 세 줄의 해학은 평범한 안부로는 알기 어려웠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가스불을 끄지 않은 일을 계기로 펼쳐 본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 가족과 지인 사이의 속마음을 확인하는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 2024년 1월 출간된 이 책에는 일본 실버 센류 공모전 당선작이 실렸다. 짧은 시를 가족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고 마음에 남는 작품을 묻자, 세대와 처지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과 이야기가 이어졌다.
60대 후반 남편은 스마트폰을 다루는 아내, 술값이 약값으로 바뀐 생활, 아내의 여행 동안 입원한 자신과 호텔에 맡겨진 고양이를 다룬 작품들을 골랐다. 두 아들을 키우는 30대 딸은 하루만 천국에 다녀오고 싶다는 내용에서 온전한 휴식을 떠올렸다. 40대 초반 의사인 사위와 60대 초반의 화자는 긴 기다림 끝에 노환이라는 진단을 듣는 작품을 함께 택했지만, 한쪽은 의료인의 무력감을, 다른 한쪽은 환자의 허탈함을 읽었다.
30대 초반 막내아들은 설렘을 부정맥으로 착각하는 표제작을 선택했다. 장례식장을 다녀온 30대 후반 조카는 넘어질 듯해 뒤를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는 시에서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홀로 애쓰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후 지인 단체 대화방으로 공유 범위를 넓히자 50·60대 참가자들은 비문증과 이명, 주름, 건망증과 치매에 대한 두려움, 노안 등 나이 들며 겪는 변화를 각자의 경험과 연결했다.
이번 대화는 짧고 해학적인 문장이 일상적인 안부로는 드러나지 않던 삶의 무게를 꺼내는 계기가 됐다. 까맣게 탈 뻔한 냄비에서 시작된 소동은 남편의 노년 생활과 딸의 육아 피로, 사위의 직업적 고충, 조카의 외로움을 살피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나이 듦의 고단함을 함께 웃으며 나눴고, 화자는 앞으로도 좋은 글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고 상처를 보듬는 자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