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타 국경에 이주민 수천 명 몰려…스페인, 군 병력 투입
핵심 요약
모로코 국경 인접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에 이주민 수천 명이 집단 진입해 대혼란이 빚어졌고 시신 9구가 발견됐다. 스페인 정부는 군 병력과 경찰을 투입하고 모로코와 송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야당과 현지 시장은 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했고, 이탈리아와 외교 갈등도 불거졌다.
스페인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에 이주민 수천 명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현지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스페인 정부는 30일(현지시간) 군 병력과 경찰관을 급파해 국경 통제를 강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주민으로 추정되는 시신 9구가 해안가 등에서 발견됐다. 현지 당국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모로코에 머물던 이주민들이 철책을 돌파하거나 바다를 헤엄쳐 세우타로 진입했으며, 스페인 국영방송 TVE는 며칠 새 2천∼3천 명이 국경을 넘은 것으로 전했다.
이번 입국 시도에는 청년뿐 아니라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 고령층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수는 도보나 수영으로 접경지를 넘었지만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주민 수백 명은 자정이 지난 뒤 불과 몇 분 만에 철책을 뚫고 몰려들었고, 일부는 '스페인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모로코 경찰이 저지에 나섰지만 대규모 군중에 밀려 통제력을 잃었으며, 스페인 국경수비대 과르디아 시빌 대변인은 경찰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진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세우타는 아프리카 대륙과 육상 국경을 맞대고 있어 유럽 진입을 노리는 이주민의 집단 월경 시도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곳이다. 이번 사태는 2021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출신 약 1만 명이 며칠 사이 세우타로 들어갔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는 유럽에서 비교적 이주민 친화적인 정책을 펼쳐 왔으며, 최근에는 미등록 이주민 약 50만 명에게 합법적 체류 지위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야당과 현지 시장은 정부의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제1야당 국민당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대표는 국가안보 위기라며 정부의 책임을 지적했고,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시장은 인도주의적·사회적 긴급 상황이라며 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을 배제하고 모로코 정부와 이주민 조기 송환에 합의했으며, 산체스 총리는 31일 세우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할 예정이다. 한편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스페인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며 솅겐 조약 폐쇄를 언급하자 스페인 정부는 '선동적 발언'이라 반발하고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