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넓힌 BTS 팬덤, ‘실버 아미’의 부상
핵심 요약
중장년 BTS 팬들이 소비자를 넘어 팬 공동체를 이끄는 참여자로 부상했다. 노년 여성들은 BTS의 노랫말에서 세대 경험과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다. K팝의 영향은 몽골 청소년의 위로와 일본 집회의 연대까지 확장됐다.
BTS를 지지하는 중장년층이 공연과 음반 소비를 넘어 팬 공동체를 이끄는 적극적인 참여자로 자리 잡고 있다. 60대인 프렌즈대 영어학 교수 비키 론은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BTS 학술대회에 참석해 노년, 참여문화, 여성의 재해석을 주제로 해외 고령 팬들의 변화와 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분석했다. 그는 성인 아들에게 제이홉의 솔로 음반 ‘Jack in the Box’ 바이닐을 선물해 열성 팬으로 이끌기도 했다.
론은 2020년 뉴욕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을 배경으로 펼쳐진 ‘On’ 무대를 본 뒤 BTS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역동적인 공연과 노랫말에 빠졌고, 열정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다룬 ‘Black Swan’을 들으며 학자로서 희미해진 열정을 돌아봤다. 가장 깊이 공감한 곡은 ‘Fake Love’였다. 자신을 감추도록 요구받았던 세대의 여성들이 ‘거짓 자아’에 관한 메시지에서 공감대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실버 아미’를 보여주는 사례도 이어진다.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89세 도리 제이컵슨은 2023년 12월, 자신도 2025년 BTS의 복귀를 기다릴 수 있다며 군 복무로 인한 공백을 힘들어하는 젊은 팬들을 격려했다. 미국의 온라인 공간에서는 응원봉을 든 98세 여성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영국의 64세 팬은 2022년 심장마비 뒤 겪은 심각한 우울에서 BTS가 자신을 끌어냈다고 밝혔고, 68세 심리치료사는 말기 진단을 받은 내담자들이 삶의 동기를 되찾았다고 소개했다.
예일대 사회학 교수 그레이스 카오는 5월 이틀 연속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관람하며 50대 이상 관객이 적지 않음을 확인했다. 중장년 팬은 공연을 위해 이동할 시간과 소비 여력을 갖춘 중요한 집단으로 부상했다. 변화는 세대와 국경을 함께 넘는다. 몽골의 17세 아누진 뭉군후는 ‘Life Goes On’으로 불안을 견뎠고, 급격한 도시화 속 청소년들은 ‘Love Yourself’의 자기 신뢰 메시지에 호응했다. 지난 4월 도쿄 국회 밖 평화헌법 수호 집회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며 K팝의 사회적 접점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