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쪽방 주민의 밤 지키는 목욕탕 쉼터
핵심 요약
서울의 동행목욕탕이 냉방시설 없는 쪽방 주민에게 무료 야간 폭염 대피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운영을 시작한 야간 쉼터 6곳은 990회의 이용 실적을 기록했다. 주민 보호와 목욕탕 매출에 도움이 됐지만 이용자들은 지원 중단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서울의 밤 최저기온이 29.1도까지 오른 지난 화요일 오후 9시, 영등포시장 인근 동남사우나에는 주변 쪽방촌 주민 10여 명이 모였다.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비좁은 방에서 지내는 주민들은 상담소가 나눠준 이용권으로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씻고 냉방 공간에서 잠을 청했다. 60세 서점열 씨도 더위에 깨지 않고 자고, 아침에 씻은 뒤 일과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했다.
서울시는 7월과 8월 동행목욕탕 보조사업을 통해 정상 요금 1만2000원인 야간 이용료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야간 폭염 대피시설 6곳의 누적 이용은 990회였으며, 동남사우나는 하루 평균 약 14명씩 모두 360회가 이용했다. 주민들은 목욕을 마친 뒤 휴게실에서 또래 이웃과 TV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잠든다. 56세 김영미 씨는 서로 안부와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어 고령 주민의 온열질환 위험을 확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낮에는 일반 대중목욕탕으로 운영된다. 목욕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쪽방 주민에게는 평소 한 달에 두 차례 이용권이 지급되고, 여름철인 7·8월과 겨울철인 1·2월에는 네 차례로 늘어난다. 동남사우나 운영자 서현정 씨는 처음에는 씻고 바로 돌아가던 이용자들이 점차 머리와 옷차림을 가꾸기 시작했고, 표정과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목욕과 휴식뿐 아니라 이웃이 교류하는 동네 사랑방 역할까지 더해진 셈이다.
목욕탕 운영자에게는 입장료 보조금과 꾸준한 이용객 유입이라는 효과가 생겼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동행목욕탕 누적 이용은 9만835회로 집계됐다. 2024년 참여 업주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6점이었고, 참여 업소의 절반은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다만 생계급여에 의존하는 주민들은 하루 1만원이 넘는 비용을 직접 부담하면 한 달에 20만~30만원이 들어 식비 마련마저 어려워진다며 사업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