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91% 착공 전…인허가 장벽 여전
핵심 요약
서울의 500가구 이상 정비사업 279곳 중 착공 현장은 24곳에 그쳤다. 착공 전 사업지 절반 이상이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통합심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자치구 병목과 개별 법령의 협의 기한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
서울에서 500가구 이상 공급을 계획한 정비사업 279곳 가운데 실제 착공한 현장은 24곳에 그쳤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의 올해 3월 통계상 전체 예정 물량 45만1061가구 중 공사에 들어간 주택은 3만7707가구다. 사업장 기준 8.6%, 공급 물량 기준 8.4%에 불과하며, 나머지 255곳·41만3354가구는 착공 이전 절차에 머물러 있다.
착공 전 사업지는 조합설립 단계가 91곳·15만8751가구로 가장 많다. 구역지정은 30곳·5만6815가구, 추진위원회는 32곳·4만6859가구다. 사업시행 단계에는 41곳·5만5820가구, 관리처분 단계에는 39곳·5만4415가구, 건축심의 단계에는 22곳·4만694가구가 남아 있다. 전체 착공 전 현장의 절반 이상이 사업시행인가에도 이르지 못했다.
사업 지연 배경에는 복잡한 규제와 관계 부서 간 이견, 지자체장의 정책 변화, 담당 부서의 소극적 대응과 사안별로 달라지는 판단 기준이 자리한다. 영등포구의 한 재건축 현장은 공공보행통로 설치를 둘러싼 견해차로 인허가가 약 2개월 늦어졌다. 은마아파트는 2003년 추진위원회 승인 뒤 조합설립까지 약 20년이 걸렸고, 헬리오시티는 구역 지정 후 관리처분인가까지 8년 이상, 래미안 원베일리는 착공까지 17년이 소요됐다. 실제 공사 기간은 약 3년이었다.
서대문구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 재개발도 지방선거 뒤 구청장이 바뀌면서 구청 직접 시행 방식이 재검토되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로 돌아가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장기간의 인허가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이자와 공사비, 분양가 부담을 키운다. 6월 건설공사비지수는 잠정 138.2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보연 세종대 교수는 경미한 변경 등에 인허가 간주제를 우선 적용하고, 복잡한 단계에는 기한 관리와 상급기관 조정 장치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합심의가 사업시행인가까지 1.5~2년 걸리는 한계를 줄이려면 도시정비법뿐 아니라 환경영향평가법과 교육환경보호법에도 심의 일정과 협의 기한을 연동해야 한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