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논술형 수능 추진…채점 기준이 최대 변수
핵심 요약
교육당국이 통합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하기 위해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추진한다. 대규모 답안의 채점 속도와 기준 통일, 채점위원 선별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법적 분쟁과 대입 일정 차질, 글쓰기 사교육 확대 및 수험생 혼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교육당국이 객관식 중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대입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30여 년간 이어진 출제 방식의 한계를 벗어나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통합적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 해결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일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객관식 문제 풀이 위주의 수능을 비판하며 교육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큰 난관은 채점의 공정성과 속도다. 2026학년도 수능 응시생은 55만4174명으로, 시험 약 3주 뒤 성적 통지가 이뤄지는 현행 일정에 맞춰 서·논술형 답안을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의 주장과 근거, 논리 전개를 판단할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최소 수천 명으로 예상되는 채점위원을 선별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채점 기간이 길어지면 성적 발표와 연계된 대학별 입학 전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교육부와 국교위는 전국 중·고교 내신에 AI 평가 지원 시스템을 먼저 적용해 채점 데이터를 축적한 뒤 수능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채움AI’와 경기도교육청의 ‘하이러닝’도 이미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AI가 평가를 지원하더라도 최종 판단은 사람이 맡아야 한다. 현재 객관식 답안도 기계 채점 후 사람이 다시 검토하는 만큼, 서·논술형은 검토 시간과 채점자 간 편차를 줄이는 절차가 더욱 중요해진다.
점수에 따라 대입 당락이 갈리는 수능의 성격상 수험생과 학부모의 이의신청,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쓰기 사교육 확대와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수험생 혼란 역시 우려 대상이다. 논의는 2018년 중장기 과제로 제시된 뒤 2022년 출범한 1기 국교위와 2024년 관련 위원회에서 구체화됐다. 프랑스·영국 등은 서·논술형 시험을 운영하지만 주로 고교 졸업시험이며, 일본은 2017년 도입을 추진하다 채점 오류와 편차 우려로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