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지하도시와 2000년 역사를 품은 샹파뉴
핵심 요약
에페르네 아브뉴 드 샹파뉴 지하에는 110㎞의 까브와 약 2억병의 샴페인이 자리한다. 크라망과 오빌레에서는 백악토 포도밭과 가족 중심의 소규모 양조 문화를 만날 수 있다. 랭스에는 로마 유적부터 전쟁과 화해, 귀환을 기록한 장소와 음식이 함께 남아 있다.
랭스에서 기차로 30분 남짓 떨어진 에페르네는 샴페인의 심장으로 불린다. 도시 북쪽 아브뉴 드 샹파뉴에는 궁전 같은 저택과 샴페인 하우스가 이어진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이 거리 아래에는 총연장 110㎞의 까브와 약 2억병의 샴페인이 자리한다. 지상은 의외로 고요하며 폴 로저를 비롯해 일반 방문객에게 문을 열지 않는 하우스도 적지 않다.
개방을 택한 곳도 있다. 1837년 창립한 드 브노쥬는 2015년 대형 하우스 가운데 처음으로 이 거리에 객실 5개짜리 호텔과 바를 열고 투어와 시음을 운영한다. 에페르네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크라망에는 샤도네 밭이 능선을 따라 펼쳐진다. 흰 백악토는 빗물을 저장했다가 포도나무 뿌리에 천천히 공급하며, 샴페인의 짭조름한 맛과 팽팽한 산미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마른강 건너 오빌레는 돔 페리뇽이 17세기 샴페인 양조의 기틀을 닦은 수도원과 소규모 가족 생산자들이 공존하는 마을이다. 연간 수만 병을 만드는 하우스가 많고, 1888년부터 6대째 이어진 조셉 데뤼에는 한국인 입양 형제 중 마티아스가 농사와 양조를 맡고 있다. 랭스의 마르스 문은 2세기 말에서 3세기 초에 세워진 길이 32m의 로마 아치로, 천장 부조에는 포도를 압착하는 농사 장면이 남아 있다.
랭스 대성당에는 왕들의 대관식과 전쟁, 화해의 시간이 겹쳐 있다. 1914년 독일군 포격으로 불탄 성당 앞에는 1962년 드골 대통령과 아데나워 서독 총리의 평화 미사, 2012년 올랑드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방문을 기록한 프랑스어·독일어 돌판이 놓였다. 드루에 데를롱 광장의 17m 높이 수베 분수에는 독일 점령기에 사라졌다가 1989년 돌아온 금빛 천사상이 서 있다. 1756년 문을 연 포시에의 분홍 비스킷은 두 번 구워 샴페인에 적셔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랭스의 오랜 먹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