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한국 방송 제작의 중심으로
핵심 요약
생성형 AI가 국내 예능과 드라마의 핵심 제작 기술로 확산하고 있다. 추리·연애 예능과 사극 전투, 액션 장면에 AI 영상이 본격 활용됐다. 제작 효율은 높아졌지만 인간 창작물을 선호하는 시청자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국내 방송 제작의 보조 수단을 넘어 핵심 창작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고비용 촬영을 영상 생성으로 대체하거나 AI 자체를 프로그램의 중심 소재로 삼는 사례가 예능과 드라마 전반에서 늘었다. 기획 단계의 스토리보드와 후반 시각효과에 주로 쓰이던 기술이 이제 장면 구성과 이야기 전달 방식까지 바꾸는 모습이다.
디즈니+가 7월 29일 공개한 추리 예능 ‘살인자 리포트: 라이어 게임’은 출연진에게 개별 인물과 배경을 부여한 뒤 살인 용의자를 가려내도록 구성됐다. 생성형 AI는 출연진의 알리바이와 범죄 현장을 영상으로 구현한다.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죄수복 차림으로 총을 쏘고,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조선시대 귀족으로 유배되는 장면도 이 방식으로 제작됐다. SBS는 8월 20일 ‘내 AI 연인: 기안이쎄오’를 선보인다. 기안84와 장도연, 이유비가 태블릿PC 속 AI 연인과 교감하며 설렘과 질투, 혼란과 후회를 경험하는 AI 연애 경쟁 예능이다.
드라마 제작에서도 AI 활용 범위가 커졌다. KBS는 11월 방송 예정인 대하사극 ‘문무’의 대규모 전투 장면에 AI 기술을 적용해 촬영 현장의 안전성과 제작 효율을 높이고, 실제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면을 완성할 계획이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에이전트 김 리액티베이티드’는 3분 분량의 액션 장면 전체를 AI로 만들었다. 주연 배우 소지섭은 종영 인터뷰에서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며 이번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콘텐츠 제작자의 생성형 AI 도입률은 지난해 상반기 20%로, 6개월 사이 7.1%포인트 상승했다. 활용 분야는 콘텐츠 제작이 63%, 콘텐츠 창작이 43%로 집계됐다. 비용 절감과 제작 편의성은 분명하지만 시청자의 선택까지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은 문화·예술적 성격이 강할수록 인간이 만든 독창적 결과물을 원하는 경향도 커진다고 짚었다. 산업적 효율만 앞세우면 이용자가 콘텐츠와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이유를 놓쳐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