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둔화에 흔들리는 한국 성장 기반…2030년 역성장 경고
핵심 요약
한국의 장기 성장률이 1990년대 초 이후 5년마다 약 1%포인트 낮아져 2030년경 역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생산성 둔화가 지목됐고, 반도체·자동차 외 산업의 수출 정체와 중국의 저가 공세도 거론됐다. 여성·고령층의 경제활동 확대와 교육·노동시장·정책 평가 체계 개편이 성장 기반을 되살릴 방안으로 제시됐다.
반도체 호황이 경기를 떠받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장기 성장동력을 되살리지 못하면 2030년 무렵 역성장에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포럼에서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1990년대 초 이후 5년마다 약 1%포인트씩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0%대에 진입하고 2030년경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장기 성장률은 경기의 일시적 오르내림과 별개로 경제가 장기간 성장하는 정도를 뜻한다.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2001~2010년 4.7%에서 2011~2019년 3.1%로 떨어졌으며, 하락 폭의 66.9%는 생산성 증가세 둔화로 설명됐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산업의 수출이 약 15년째 정체됐다고 짚었다. 석유화학·철강은 중국 제조업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반도체 호황이 다른 산업의 경쟁력 정체나 약화를 가리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포럼은 성장 기반을 넓힐 방안으로 기업 활동 여건과 노동시장, 교육·평가 체계의 변화를 제시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부가 지원 기업을 직접 고르기보다 자본과 인력이 새 기회로 이동하도록 경제 작동 방식을 바꾸고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직 KDI 원장은 인공지능 시대의 성장 원동력으로 ‘휴먼 아이디어’를 들며 정답 암기보다 학생이 새로운 문제를 만들도록 교육과 대학 입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미루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고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정책 심사에서 탈락한 아이디어를 보관해 다시 평가하고 심사 판단을 사후 검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관료 체제가 정치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정치권의 경제 정책 주도와 대기업과의 거래가 정책 결정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