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점으로 되살린 이대원의 과수원
핵심 요약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이대원의 최초 대규모 회고전이 11월 8일까지 열린다. 초기작과 전통 공예품, 대표작 ‘담’을 통해 독자적인 색점 회화의 형성 과정을 살핀다. 파주 과수원을 오래 관찰하며 반복과 축적, 절제로 완성한 작품 세계가 대작 중심의 공간에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가 이대원(1921~2005)의 대규모 회고전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를 연다.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친숙하고 명랑한 색채의 화가라는 인상을 넘어, 오랜 관찰과 반복·축적·절제로 형성된 70여 년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입구에는 외교부가 소장하고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빌려온 1986년작 ‘담’이 관람객을 맞는다. 가로 5m가 넘는 화면에는 나무와 흰 담이 어우러져 있지만, 담을 이루는 미색과 분홍빛·푸른빛의 흰색은 서로 섞이지 않은 채 고유한 빛을 유지한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작품에서도 색점과 색선, 색면이 거듭 쌓이면서도 각 색채가 멀리서 독립성을 잃지 않는 이대원 특유의 회화 언어가 확인된다.
전시는 작가가 12세에 그린 ‘백일홍’과 경성제2고등보통학교 시절 미술 교사 사토 구니오에게 회화와 공예를 배울 때 제작한 작품까지 아우른다. 이대원이 관심을 두고 수집한 자수와 나전, 화각, 목가구도 그림 곁에 놓였다. 서로 맞닿아도 본래 색을 간직하는 전통 자수 등 공예의 원리가 그의 화면에 스며들어 독자적인 색채 구성으로 발전하는 흐름을 살필 수 있다.
이대원은 해방과 분단 속에서 실종된 아버지가 사준 파주 과수원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자연을 충분히 관찰해 대상이 자신의 일부처럼 느껴진 뒤 붓을 들었다. 사과나무와 복숭아나무, 산과 연못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으로 화폭에 남았다. 말년의 대작을 모은 4전시실에는 길이 5m와 7m에 이르는 그림들이 마주 보고 서 있으며, 바닥의 스틸 반사경이 화면을 확장해 관람객이 사방으로 펼쳐진 과수원 안에 들어선 듯한 장면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