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법인 파산 1299곳…회생 문턱 낮춰야
핵심 요약
올해 상반기 국내 법인 파산 신청이 1299곳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자본과 신용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불경기·고물가·고금리 속에서 회생 기회를 놓치고 있다. 생산적 금융과 실효성 있는 회생 절차, 파산 이후 재도전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국내 법인은 1299곳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미 2022년 연간 신청 건수인 1004건도 넘어섰다. 독립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는 법인의 파산이 빠르게 늘면서,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조기에 회생시키고 실패 이후 재도전을 지원할 제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 도산 절차는 채무 일부를 조정해 사업을 계속하는 회생과 존속이 불가능한 기업을 해체하는 파산으로 나뉜다. 파산 기업 가운데는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회생을 신청했다면 생존 가능성이 있었던 곳도 상당수다. 그러나 회생과 파산을 모두 실패로 보는 인식 때문에 신청을 미루다가 위기가 커지고, 결국 회복할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파산 기업의 대부분은 자본과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다. ‘삼전닉스’로 불리는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산업 생태계의 기반에서는 불경기와 고물가, 고금리가 동시에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회생을 신청해도 채권자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절차를 기다리기보다 파산을 통해 채권 일부를 조기에 회수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쪽을 선택할 유인이 크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의 입금액이 은행 대출금 상환에 곧바로 충당돼 운영 기반이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합법적인 채권 회수라 해도 기업의 정상화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공백이다. 채권자와 기업의 선택을 비난하기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맞물리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 경기 부양과 함께 생산적 금융, 실효성 있는 회생 절차, 파산 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