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공격에 흉기 든 조카, 대법서 유죄 판단 파기
핵심 요약
삼촌의 폭력에 흉기를 들고 맞선 조카의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방어 행위만 분리하지 말고 폭력의 경위와 당사자 관계를 종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다시 심리하도록 인천지법으로 돌아갔다.
어린 시절 성추행 피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린 뒤 집으로 찾아와 폭력을 행사한 삼촌에게 흉기를 들고 맞선 조카의 행동을 유죄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1부는 지난 6월 25일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23년 1월 A씨가 가족들에게 어린 시절 삼촌 B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를 알게 된 B씨는 A씨의 집을 찾아가 주먹을 휘두르고 거실 서랍장의 서랍을 던졌으며, 흉기를 든 채 조카를 위협했다. A씨도 흉기를 들고 맞서면서 “죽고 싶으면 와 봐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B씨를 상해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은 B씨의 폭력이 A씨의 행동 자유를 억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사건에 이른 경위 등을 고려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흉기를 든 행위만 분리하지 말고 폭력의 전 과정과 두 사람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이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B씨가 일방적으로 집을 찾아와 갑자기 폭력을 행사했고, 다툼이 잠시 멈춘 뒤에도 서랍을 던지는 등 공격을 이어간 점에서 책임이 더 크다고 봤다. A씨는 B씨의 폭력성과 과거 관계로 인해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두려운 상태에서 자신을 보호하려 흉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행동이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수동적·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어서 목적의 정당성,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 요건을 갖췄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