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고택 위로 번진 배롱꽃, 남명 정신을 깨우다
핵심 요약
산청 덕천서원의 배롱나무가 기와지붕을 뒤덮을 듯 붉은 꽃을 피웠다. 덕천서원과 경의당에는 남명 조식의 학문과 실천 정신이 담겨 있다. 산천재와 남명기념관에서는 후진 양성과 직언으로 이어진 그의 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극한 더위가 이어진 지난 10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천서원 마당의 우람한 배롱나무들이 붉은 꽃을 풍성하게 피웠다. 세월의 흔적이 밴 기와지붕 위로 쏟아질 듯 번진 꽃송이는 무더위에 지친 방문객에게 한 폭의 동양화를 마주한 듯한 풍경을 선사했다.
서원 앞에는 홍살문과 수령 435년의 은행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란 은행잎이 펼쳐지는 가을에도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지만, 한여름에는 고목의 배롱나무와 흐드러진 꽃이 중심 풍경을 이룬다. 중심 건물 서까래에는 남명학문의 핵심을 담은 ‘경의당’ 현판이 걸려 있다.
덕천서원은 남명 조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제자들이 선조 9년인 1576년에 세운 사액서원이다. 사액서원은 나라가 명칭과 서적, 노비 등을 내린 국가 공인 서원을 뜻한다. ‘경’은 늘 자신을 다스리고 마음을 가다듬는 자세이며, ‘의’는 개인의 이익보다 정의를 앞세워 옳은 일을 실천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배움을 행동으로 옮겨야 참된 학문이라는 가르침을 받은 곽재우와 김면, 정인홍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장으로 나섰다.
덕천서원에서 3분 거리인 산천재에도 남명의 자취가 이어진다. 조식은 61세 때 천황봉이 보이는 이곳에 산천재를 세우고 학문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썼다. 마당에는 단아한 남명매와 붉은 꽃을 피운 배롱나무 몇 그루가 서 있다. 맞은편 남명기념관에는 조식의 동상과 단성현감 임명을 사양하며 올린 사직소 전문을 새긴 비석이 놓였다. 왕과 대비를 향해서도 거침없이 직언했던 그의 기개는 붉은 배롱꽃과 어우러져 올곧은 선비 정신을 되새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