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떠받친 110만 이주노동자의 그늘
핵심 요약
국내 이주노동자 110만 명이 농어촌과 건설·제조 현장의 인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 아리셀 화재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고 일상적인 폭언과 차별도 계속되고 있다. 국적과 체류 신분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공동체의 태도가 요구된다.
국내 이주노동자가 110만 명에 이르면서 농어촌과 건설·제조 현장의 인력 공백을 메우는 핵심 노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인력 수급이 어려운 사업장에서는 이들이 빠지면 생산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산업을 지탱해 온 기여와 달리 폭언과 폭행, 차별적 대우에 노출되는 현실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인권침해를 겪은 노동자도 사업장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현장을 벗어나더라도 머물 곳을 찾기 어렵다. 2024년 아리셀 공장 화재로 숨진 23명 가운데 18명은 이주노동자였다. 원청의 불법파견과 다단계 하청 구조에 놓였던 이들은 적절한 안전교육과 비상구 안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낯선 타국에서 목숨을 잃었다.
위험하고 고된 업무가 이주노동자에게 집중되는 가운데 일상에서는 근거 없는 혐오까지 이어진다. 냄새나고 가난하다거나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표현이 퍼지지만, 정작 산업 현장에서 담당해 온 역할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다. 편의점 손님이 남긴 거스름돈을 받았다가 점주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눌린 노동자도 있었다.
차별을 겪은 노동자는 한국어를 조금 할 뿐이지만 모욕의 뜻은 모두 알아들었다며 자신은 거지가 아니라고 호소했다. 국적을 앞세운 부정적 낙인은 당사자에게 수치심과 배제의 기억을 남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지원에 앞서 근거 없는 혐오를 멈추고, 노동력이나 체류 신분이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