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전기 함께 읽는 초소형 뇌 칩 개발
핵심 요약
KIST 연구팀이 전기와 빛 신호를 동시에 감지하는 BCI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빛 감지 소자 832개를 집적하고 제작비를 기존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동물실험에서 뇌파와 신경세포 반응을 함께 포착해 뇌 질환 진단·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이창혁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전기 신호와 빛 신호를 한 반도체 칩에서 동시에 감지하는 차세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칩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세포 크기의 센서를 뇌 안에 배치해 신경세포가 활동하는 시점뿐 아니라 세포 내부의 정보처리 과정까지 읽도록 설계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머리카락 두께의 실리콘 침 13개에 빛 감지 소자 832개를 집적했다. 뇌 조직을 지나며 빛이 산란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CMOS 기반 이미지 센서를 뇌 속 신경세포 가까이에 직접 넣는 방식을 택했다. 전기 신호로 세포의 활동 시점을 파악하고, 광학 신호로 세포 종류를 구분한다. 범용 CMOS 공정과 3D프린팅 후공정을 결합해 제작비도 기존 기술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BCI는 뇌에 삽입한 장치로 컴퓨터와 로봇 팔, 전동 휠체어 등 외부 기기를 제어하거나 뇌 심부를 자극하는 기술이다. 뉴럴링크와 머지랩스, 싱크론 등 해외 기업들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신경세포의 종류까지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칩은 처리 장치를 뇌 밖에 두고 전극만 삽입하는 방식과 달리 신호처리 반도체를 최소 면적으로 뇌 안에 이식한다. 국내에서는 BCI가 올해 출범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K-문샷 프로젝트의 12대 핵심 과제에 포함됐다.
살아 있는 쥐의 뇌 세 부위에 칩을 심은 실험에서는 마취 깊이에 따른 뇌파 변화와 시각 자극에 반응하는 신경세포의 움직임이 동시에 포착됐다. 이식 일주일 뒤에도 염증 반응과 운동 기능은 정상 범위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세포의 종류와 위치, 활동 시점을 함께 해독하는 기술을 치매·파킨슨병·우울증의 정밀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계획이다. K-문샷 BCI 미션 총괄관리자인 조일주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도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