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색으로 다시 읽는 이대원의 70년
핵심 요약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이대원의 약 70년 작업을 모은 첫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회화 122점과 자료 약 100점을 통해 밝은 풍경 뒤에 놓인 형식 실험과 전통 미감의 변용을 조명한다. 작가이자 교육자·화랑 운영자·문화 외교 인사로 한국 현대미술 기반을 넓힌 활동도 함께 소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관에서 이대원(1921~2005)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 ‘이대원: 슬픈 것은 아무것도 없다’를 연다. 작가의 미술 여정을 미술관 규모로 종합한 첫 전시로, 회화 122점과 아카이브 자료 약 100점, 조형 언어에 영향을 준 고미술품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7일부터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는 1933년 열두 살 때 그린 정물화부터 폭 7m에 이르는 대형 풍경화까지 약 70년의 작업을 네 시기로 나눠 보여준다. 밝은 과수원과 산 풍경으로 ‘색채의 마술사’,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화가’라 불렸던 익숙한 인상을 넘어, 색과 빛으로 고통을 전환한 지속적인 형식 실험에 초점을 맞췄다. 전시명은 가까운 벗이었던 미술사학자 김원룡이 그의 그림에는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이 없다고 쓴 문장에서 가져왔다.
법학을 공부하고 기업에서 일한 뒤 전업 작가가 된 이대원은 전시 동원과 가족의 죽음, 미술대학 학장과 대학 총장으로서의 책임을 겪었다. 그는 매주 파주의 농장을 찾아 계절을 관찰하며 복잡한 삶을 색면으로 옮겼다. 자수의 색실처럼 서로 섞이지 않은 채 나란히 떨리는 점과 선, 나전칠기처럼 빛을 받아 반짝이는 색의 집적, 수묵화의 표면과 빛을 유화로 번역한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대원의 활동은 화폭 밖으로도 이어졌다. 한국 최초의 지속적인 상업 화랑으로 평가되는 반도화랑을 설립·운영했고,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도왔으며 홍익대 미술대학을 이끌었다. 한국 미학 주요 문헌을 번역하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외교부 문화대사도 지냈다. 그의 대형 풍경화 다수는 재외공관에 걸려 있으며, 이번 전시에는 방탄소년단 RM의 개인 소장품 3점도 나왔다. 전시는 한국적 정체성을 특정 소재가 아니라 전통 공예와 회화에서 길어 올린 색·선·표면의 운용 방식으로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