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고 싶은 가족의 얼굴에 비친 현대인의 진심
핵심 요약
박혜수의 신간은 가짜 가족 대여 프로젝트에 모인 현대인의 고민을 담았다. 신청자들이 가장 많이 원한 대상은 성공하거나 인정받는 모습으로 바뀐 자기 자신이었다. 가상의 가족은 희생과 죄책감, 인정 욕구 뒤에 가려진 진심을 드러냈다.
시각예술가 박혜수의 신간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는 가짜 가족을 빌려주는 동명의 가상 기업 예술 프로젝트를 책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2019년 시작된 프로젝트에는 가족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모였고, 가장 많은 대여 요청을 받은 대상은 부모나 자녀 같은 친족이 아니라 신청자 자신이었다. 돌베개가 펴낸 책은 292쪽이며 가격은 2만2000원이다.
신청자들은 현실의 자신을 대신해 사회에서 인정받는 아버지나 성공한 소설가, 유명인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자아를 원했다. 저자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루고 쓸모를 증명해야 인정받는다는 압박 속에서 관심과 인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8년 동안 사람들이 주문한 가짜의 형태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겉으로 내세운 욕망 뒤에 감춰진 진심을 발견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자신보다 더 나은 자녀를 대신 보내달라는 요청도 가족 안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부모에게 더 살갑고 친절한 가짜 자식을 보내달라는 사연에는 가족을 위한 희생을 요구받으면서도 그 관계에서 벗어나면 죄책감을 느끼는 현실이 담겼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며 희생하는 한편 자녀, 특히 딸이 어머니의 감정을 받아내는 역할을 맡는 관계도 프로젝트가 포착한 가족의 한 모습이다.
박혜수는 메타버스에 세운 가상 기업을 통해 접수한 사연을 퍼포먼스와 상황극, 설치, 사진 작품으로 구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 가족을 마주한 일부 참여자는 시간이 흐른 뒤 이상적인 누군가를 요구하는 대신 자신이 실제로 바랐던 것을 새롭게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는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가족과 인정의 조건에 질문을 던지고, 허구의 장치를 통해 마음속에 묻어둔 욕구를 확인하게 하는 예술의 역할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