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온 가족이 드러낸 마음속 진짜 요구
핵심 요약
가짜 가족 대여 프로젝트 ‘퍼펙트패밀리’의 8년간 작업이 책으로 출간됐다. 신청자들이 가장 많이 요청한 대상은 인정받고 성공한 모습으로 바뀐 자기 자신이었다. 가족을 둘러싼 희생과 죄책감, 인정 욕구를 가상의 가족을 통해 드러낸다.
시각예술가 주식회사 박혜수가 2019년 시작한 예술 프로젝트 ‘퍼펙트패밀리’가 같은 이름의 책으로 묶였다. 돌베개가 펴낸 책은 292쪽이며 가격은 2만2000원이다. 가짜 가족을 빌려주는 가상 기업을 내세워 신청자의 사연을 모으고, 이를 퍼포먼스와 상황극, 설치, 사진 작품으로 구현해 온 과정을 담았다.
메타버스에 세운 ‘퍼펙트패밀리 주식회사’에 접수된 요청 가운데 가장 많이 대여를 원한 대상은 다른 친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 신청자들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아버지, 성공한 소설가, 유명인으로 자신을 바꿔 달라고 했다. 저자는 8년 동안 사람들이 바라는 가짜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무언가가 되거나 쓸모를 증명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갈증과 그 안에 감춰진 진심을 포착했다.
자신보다 더 나은 자녀를 대신 보내 달라는 사연도 이어졌다. 부모에게 살갑고 친절하게 행동할 ‘가짜 자식’을 원하는 요청에는 가족 안에서 희생을 요구받고, 그 관계를 벗어나려 할 때 죄책감을 느끼는 현실이 담겼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며 희생하는 한편 자녀, 특히 딸이 어머니의 감정을 받아내는 역할을 떠맡는 가족의 모순도 프로젝트의 질문으로 제시됐다.
책은 가짜 가족을 구현하는 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겨 온 가족의 형태와 역할을 흔든다. 처음에는 이상적인 누군가를 원했던 참여자 중 일부는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이 마음 깊은 곳에서 실제로 바라던 것을 새롭게 요청했다. 저자는 세상의 모순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이 진짜라고 믿어 온 가짜를 드러낼 수 있으며, 묻어 둔 진심을 확인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이 가상의 프로젝트가 필요했을 가능성을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