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의 셈법, 재무제표 밖에서 갈린다
핵심 요약
대형 M&A에는 재무 성과뿐 아니라 영향력과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계산이 작동한다. 언론사와 스타인웨이 인수 사례는 사회적 영향력과 상징자본의 전략적 가치를 보여준다. 항공사 인수의 매력에는 국가 기간산업에서 얻는 발언권과 정치경제적 지위가 포함된다.
대형 인수·합병의 가치는 인수 대상의 영업이익이나 현금창출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본업과 거리가 있는 기업을 높은 가격에 사거나 적자와 채무를 떠안는 거래에는 사회적 영향력, 핵심 인사와의 연결망,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발언권처럼 장부에 잡히지 않는 전략자산을 단기간에 확보하려는 계산이 함께 작동한다.
국내에서는 건설·부동산·제조 기반 그룹의 언론사 인수가 이어졌다. KG그룹은 이데일리, 호반그룹은 서울신문, 중흥그룹은 헤럴드경제, 유진그룹은 YTN, 동화기업은 한국일보를 인수하거나 지배적 영향력을 확보했다. 규제와 관급 공사, 대관 평판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는 언론사 소유로 얻는 사회적 영향력과 엘리트 네트워크가 전략적 보험이자 방어 수단으로 평가된다.
삼익악기의 스타인웨이앤드선스 인수 시도도 상징자본의 가치를 보여준다. 삼익악기는 2010년 봄 지분율을 30%대로 높이고 경영권 개입이 가능한 클래스A 주식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미국 대형 사모펀드의 참전과 자금 문제로 2013년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5년간 투입한 853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1635억원을 지분 매각으로 회수했다. 재무적 성과와 별개로 세계적 공연장과 문화계 거물, 글로벌 정재계 인사에게 연결되는 스타인웨이의 상징성과 네트워크가 거래의 전략적 배경이었다.
항공업 역시 유가·환율·지정학적 위기와 감염병에 취약하고, 일본과 미국의 대형 항공사들이 공적자금이나 파산보호 절차에 의존한 전력이 있다. 그런데도 HDC현대산업개발과 호반건설 등이 진출에 관심을 보인 배경에는 국적 항공사가 국가 기간산업이자 외교·안보 인프라라는 특성이 놓여 있다. M&A는 시장 개척과 브랜드 구축, 최고위 네트워크 진입에 필요한 수십 년을 계약 한 번으로 앞당기는 수단이며, 거래의 성패를 판단하려면 숫자와 함께 영향력·상징성·정치경제적 지위까지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