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맑음을 사람에게 붙인 일본의 날씨 문화
핵심 요약
일본에서는 날씨가 맑거나 비가 오는 경험을 성별에 따라 하레온나·하레오토코와 아메온나·아메오토코로 구분한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연중 100일 이상 비가 오는 환경과 강렬한 날씨 경험이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날씨 운을 소재로 한 표현은 지방 행사 홍보와 기우제·수자원 인식 활동, 문화 콘텐츠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특정 인물이 참석한 날의 날씨를 두고 성별까지 나눠 부르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인다. 맑은 날이 자주 겹치는 여성은 ‘하레온나’, 남성은 ‘하레오토코’로 칭한다. 반대로 중요한 일정마다 비가 내린다고 여겨지는 여성과 남성에게는 각각 ‘아메온나’, ‘아메오토코’라는 이름을 붙인다. 한국에서 쓰이는 ‘날씨 요정’보다 날씨의 상태와 성별을 세분화한 표현이다.
이러한 분류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다만 일본은 전국 평균으로 연중 100일 이상 비가 내려 중요한 날과 강우가 겹칠 가능성도 크다. 비 때문에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경험은 오래 기억되는 반면, 맑기를 간절히 바란 날 날씨가 개면 특별한 행운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반복된 기억이 자신을 아메온나·아메오토코 또는 하레온나·하레오토코로 인식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제시된다.
날씨 운을 둘러싼 표현은 지역 행사 홍보에도 활용됐다.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는 지난해 말 세계문화유산 오모리 가쓰야마 유적의 동짓날 행사를 앞두고 ‘하레온나·오토코’를 모집했다. 동짓날 산 정상으로 지는 석양을 볼 수 있는 곳이지만,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2016년 이후 한 번도 석양을 관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는 지원자가 자신의 맑은 날씨 경험을 적어 응모하도록 안내하며 함께 석양을 보자는 취지로 행사를 알렸다.
2009년 설립된 ‘일본 아메온나·오토코 협회’는 비를 부른다는 속성을 ‘레이니 파워’로 이름 붙여 공익 활동의 소재로 바꿨다. 회원들은 가뭄 지역의 기우제 행사에 참여하고 수자원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날씨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에도 상징적으로 쓰였다. 영어 제목 ‘Weathering with you’는 옛 영어에서 ‘이겨내다’라는 뜻으로 쓰인 weather를 통해 통제하기 어려운 날씨를 함께 견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