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삶이 키운 1442만명의 주식 열풍
핵심 요약
국내 주식 보유자가 1442만명으로 늘며 투자가 대중의 생계 전략으로 확산했다. 불안정 고용과 늦어진 내 집 마련, 취약한 복지가 청년층의 주식시장 유입과 맞물렸다. 주식 의존의 확대는 심리적 고통과 노동·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국내 주식 보유자는 1442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절반가량에 이르렀다. 1991년 약 440만명, 전체 국민의 10% 수준이던 투자 인구가 크게 늘면서 주식은 일부 상류층과 중상층의 자산 운용 수단을 넘어 대중의 생계 전략으로 확산했다.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시장을 가리켜 ‘롤러코스피’라는 말까지 등장한 배경에는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 자리한다.
한국의 주식 대중화는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주식을 보유한 미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유럽의 주식 보유 비율은 대체로 20% 안팎이며, 오슬로에서 개인 주식 계정을 운영하는 비율은 약 13%다. 노르웨이는 노동자의 92%가 정규직이고 평균 28세에 자가를 마련하지만, 한국은 20대의 43%가 비정규직이며 첫 주택 구매 연령도 평균 46세다. 청년들이 국내외 주식 투자에 몰리는 현상은 이런 격차와 맞닿아 있다.
소액 투자의 확산은 개인의 생활과 사회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주가와 기업 수익성에 관심이 집중되면 환경과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고, 노동자의 결사권과 파업권을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는 주가를 반복해서 확인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불면증이나 공황장애 등 심리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인간관계와 여가마저 수익을 위한 투자 대상으로 보는 습관은 개인의 자유와 삶의 만족을 훼손할 위험도 안고 있다.
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와 소액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주거·의료·고용 분야의 개혁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영구임대주택 공급은 서민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65%에 머물러 있다. 비정규직 비율도 거의 변하지 않았으며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은 5년 전 72.9%에서 65.2%로 낮아졌다. 재분배와 복지의 공백이 지속될수록 주식은 각자도생을 위한 탈출구로 인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