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처방전으로 바꾼 성공 멘토의 탄생
핵심 요약
정무의 장편소설 ‘가난 치료사’는 퇴사 영상으로 성공 멘토가 된 정구민의 사업 확장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가난을 개인의 결함으로 규정하고 강의와 코칭, 투자를 처방으로 판매하는 구조를 해부한다. 빈곤과 자산 격차가 커진 현실에서 성공 산업은 구조적 문제를 소비자의 책임으로 돌린다.
정무의 장편소설 ‘가난 치료사’는 대기업 7년 차 과장 정구민이 퇴사 영상을 발판으로 구독자 50만명의 성공 멘토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그는 자기계발서와 강연, 등급별 유료 강의, 투자 상품과 코인판으로 사업을 넓히고 스스로를 가난의 처방전을 지닌 치료사라 부른다. 온라인 코칭 가격 180만원은 월급쟁이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으로 포장된다.
작품은 가난을 임금·주거·교육·자산 격차가 얽힌 사회적 조건이 아닌 개인의 질병으로 바꾸는 판매 전략을 파고든다. 정구민은 카드값과 부모의 빚, 퇴사 고민을 신청서에 쓰게 한 뒤 이를 결제 이유로 활용한다. 편집자는 실패담을 상품성 있는 문장으로 다듬고, 기술자는 코인판과 온라인 시스템을 만들며, 운영자는 후기와 팬덤을 관리한다. 공감과 상담도 위로보다 구매 전환을 위한 장치로 작동한다.
이 같은 이야기는 커진 빈부 격차와 맞물린다. 2024년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3%, 소득 5분위 배율은 5.78배를 기록했다. 2025년 3월에는 자산 상위 10% 가구가 전체 순자산의 46.1%를 차지했고 순자산 지니계수도 0.625로 올랐다. 자산이 가장 적은 소득 1분위의 자산은 감소했다. 같은 시기 고수익 온라인 부업 강의 피해구제는 전년의 약 네 배로 늘었으며, 최근 5년간 59건 중 품질 불만이 40.7%, 계약 불이행이 28.8%였다.
소설은 자기계발서의 핵심어와 공식, 체크리스트를 형식에 끌어들여 성공 산업의 조립 과정을 드러낸다. 약점을 브랜드로 만들고 위기를 성장의 계기로 삼으라는 익숙한 문법은 구조적 무력감을 개인의 통제감으로 바꾸지만, 실패의 책임까지 구매자에게 돌린다. 정구민이 실제로 파는 것은 부가 아니라 뒤처진 이유를 개인 탓으로 단순화한 설명이다. 작품은 간절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에게 가장 비싼 가격으로 희망을 판매하는 구조를 겨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