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자락 정릉골, 철거 앞두고 마지막 여름 맞아
핵심 요약
서울 성북구 정릉골이 철거를 앞두고 마지막 여름을 맞아 10여 가구만 남았다. 주민들은 이웃 간 정과 예술 활동을 추억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굿바이 정릉골' 행사를 통해 동네의 기억을 간직하려 노력 중이다.

서울 성북구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달동네 정릉골이 철거를 앞두고 마지막 여름을 보내고 있다. 2024년 1월 주택재개발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이주가 시작되면서 현재 마을에 남은 가구는 10여 가구에 불과하다. 강제 집행에 맞서 끝까지 버티던 네 가구도 지난달 30일 이주에 합의했으며, 곧 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1천411세대 규모의 고급 타운하우스가 들어설 계획이다.
마을 곳곳에는 철거민 투쟁의 흔적과 주민들의 삶의 자취가 남아 있다. 벽에는 '새들은 여전히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한다', '재개발 투기의 불을 꺼라' 등의 문구가 분필로 쓰여 있고, 버려진 가전과 생활 쓰레기가 쌓여 있다. 반면 정덕영(56)씨 부부가 사는 판잣집은 벽에 시와 그림, 화분들로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다. 정씨는 2년 전 아내와 요양을 위해 이주했으며, 아내가 이웃과 어울리며 예술 활동을 통해 활기를 되찾았다고 전했다. 주민 한민경(61)씨는 마당에서 키우던 서른 가지 꽃들을 두고 가야 할 상황에 마음 아파했다.
철거민 투쟁에 연대한 활동가들은 7월 한 달을 '굿바이 정릉골' 기간으로 정하고, 주민들과 함께 추억을 나누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저녁이면 정릉 '안골' 공터에 주민과 활동가들이 모여 카레를 나눠 먹고, 재개발을 앞둔 정릉골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나무가 흔들릴 때 마음이 찾아온다'를 함께 시청했다. 주민 김영리(57)씨는 '돈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은 동네'라며 이웃 간 정을 회고했고, 최하은 활동가는 '손때 묻은 집들과 정다운 사람들, 뻐꾸기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며 이런 동네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