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장기화에 흔들리는 이란 경제와 협상 전선
핵심 요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과 관련해 미국에 봉쇄 해제와 제재 철회 등 광범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카르그섬 선적 중단과 88.6%의 물가상승률, 역성장 전망이 경제 위기를 키우고 있다. 미국은 군사 충돌보다 장기적인 경제 압박의 효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을 둘러싸고 미국에 해상 봉쇄 해제와 경제 제재 철회, 중동 주둔 미군 철수, 전쟁 배상금 지급, 동결 자산 해제, 친이란 대리세력에 대한 공격 중단을 요구했다. 오만과 해협 운항 관리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즉각적인 정상화 가능성은 낮다. 강경한 조건 제시가 향후 협상의 출발점을 높이거나 내부 강경파를 달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상 봉쇄가 재개된 뒤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카르그섬에서는 유조선 선적이 일주일 넘게 중단됐다. 지난 6월 말 연간 물가상승률은 88.6%에 이르렀고 일부 지역에서는 100%를 넘어섰다.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도 -5.4%로 예상된다.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온건파를 향해 강경파가 반발하면서 정권 내부의 갈등도 표면으로 드러났다.
이란에서는 지난 1월 초하이퍼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폭락을 배경으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나 정권의 강경 진압 이후 잦아들었다. 현재 가계와 기업은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부업, 해외 친척의 송금, 저축 자금, 자산 매각에 의존해 충격을 견디고 있다. 당장의 붕괴를 늦추는 이러한 대응에도 한계가 있으며, 기반 시설과 인적 자본의 낙후가 누적돼 장기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미국은 군사 충돌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커지는 경제 압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이란과 부분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막대한 인플레이션과 자금 부족에 놓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투가 이어지면 이란 지도부가 기반 시설 파괴와 경제난의 책임을 외부 충돌로 돌릴 수 있지만, 전투가 멈추면 실질적인 해법이 없는 내부 경제 현실과 직접 마주하게 된다는 판단도 미국 정부 안에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