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시대, 유엔의 역할 다시 묻다
핵심 요약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 기후변화와 기술 경쟁이 국제질서를 복합적으로 흔들고 있다. 유엔은 구조적 한계에도 193개 회원국이 공동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유일한 보편적 기구다. 차기 사무총장에게는 국제법의 원칙과 대화의 실용성을 함께 갖춘 리더십이 요구된다.
2026년 국제질서는 우크라이나 장기전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의 군사적 충돌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호르무즈해협을 비롯한 주요 해상 교통로의 불안은 국제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긴장, 지정학적 분열에 따른 세계 경제와 공급망의 혼란도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혁명과 기술 패권 경쟁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민주주의, 교육, 노동시장, 윤리와 문명의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난민과 이주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폭염·가뭄·홍수·산불로 나타나는 기후변화는 일상의 위기가 됐다.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 가능성도 남아 있어 어느 국가도 국경을 넘는 복합 과제를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과 강대국 정치로 제때 공동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193개 회원국이 대화하고 협력하는 유일한 보편적 기구이며,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토대로 국제질서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분쟁 예방과 평화 중재, 인권 보호, 핵확산 억제뿐 아니라 기후변화·보건안보·지속가능발전·AI와 신기술 규범을 논의하는 중심 무대라는 점에서 대체할 기관을 찾기 어렵다.
한국은 1948년 유엔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받았고, 1950~1953년 한국전쟁에서는 유엔과 회원국의 희생과 연대로 자유와 평화를 지켰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주요 경제·과학기술 국가이자 원조 제공국으로 성장했으며,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통해 지속가능발전과 기후행동, 국제평화 의제에도 기여했다. 차기 사무총장에게는 침략과 인권침해 앞에서 원칙을 지키면서 강대국 간 대화와 타협을 이끌 실용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AI 거버넌스와 디지털 격차, 기후·보건·식량·에너지 안보, 핵위협 감축을 아우르고 과학외교를 통해 신기술을 경쟁이 아닌 공동번영의 기반으로 전환하는 일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