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공포가 지배하는 세 돼지의 무대
핵심 요약
이하느리가 ‘아기 돼지 삼형제’를 비튼 3막 음악극에 도전한다. 실제 늑대 없이 세 형제가 만들어낸 믿음과 공포가 현실을 대체하는 과정을 그린다. 음악과 움직임, 공간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하며 공연의 경계까지 질문한다.
작곡가 이하느리가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를 뒤집은 음악극에 도전한다. 지난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작품을 소개한 그는 두려움과 소문, 신념, 편견, 종교, 이념처럼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믿음이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고 현실보다 강한 힘을 갖는 구조를 ‘늑대’라는 상징으로 살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무대에는 돼지들을 위협할 실제 늑대가 등장하지 않는다. 늑대는 세 형제가 스스로 만들어낸 믿음이자 공포로 존재한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늑대를 두려워하며 같은 말과 행동을 거듭하고, 그 과정에서 망상은 점차 현실을 밀어낸다. 기억과 언어, 몸짓까지 서로에게 번지면서 첫째와 둘째, 셋째를 구분하는 경계도 흐려진다.
작품의 출발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를 의도적으로 망가뜨려 보겠다는 발상이었다. 이하느리는 잔혹한 내용을 어린이 이야기로 감싸는 방식에 흥미를 느꼈고, 이를 자신의 시선으로 적나라하게 펼치려 했다. 어린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동화도 성인이 된 뒤 다시 들여다보면 순진하거나 정상적인 이야기로만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창작의 바탕이 됐다.
총 3막으로 짜인 이번 음악극은 대사에 의존하기보다 음악과 움직임, 공간이 맺는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작품은 동시에 공연이라는 형식의 경계도 묻는다. 공연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은 어디인지, 관객에게 보이는 무대만 공연인지, 무대 뒤에서 진행되는 과정까지 작품의 일부로 볼 수 있는지를 질문하며 기존 동화와 공연 형식을 함께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