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 경찰 수사 통제 공백 논란
핵심 요약
형사법 학자 62명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독자적 보완수사와 관련 영장 청구를 제한하고 수사관 교체·징계 요구도 권고 수준에 두고 있다. 향후 개정법이 기본권 보호와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에 부합하는지를 둘러싼 헌법적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형사법 전공 학자 62명은 지난달 30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공동으로 경고를 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과 전 대법원 양형위원장 등 성향이 다른 법학자들은 이 문제를 정치적 이해가 아니라 사법절차의 원리에 따라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튿날 보완수사권과 수사 지휘, 전건송치 등 경찰 수사의 통제 수단을 삭제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논란의 중심에는 강제수사를 견제할 장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체포·구속·압수수색은 피의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며, 은폐되거나 부실한 수사는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개정법은 검사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만 법원에 청구하도록 해 독자적인 보완수사와 이에 필요한 영장 청구를 어렵게 했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따르지 않아도 수사관 징계나 교체 요구는 권고에 그치며, 7대 범죄 전건송치 역시 경찰이 사건 유형을 달리 판단하면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 통제는 일제강점기 경찰권 남용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제도화됐다. 1910년 도입된 즉결처분권으로 전체 범법자의 3분의 2가 정식 재판 없이 처리됐고, 1914년 행정검속 제도 아래에서는 주취자와 자살시도자까지 임의 구금됐다. 해방 후 미군정은 해당 권한을 폐지하고 영장 신청에 검찰관을 거치도록 했다. 1962년 제5차 개정 헌법은 검사를 독점적 영장신청권자로 규정했으며, 헌법재판소는 법률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무분별한 영장 신청과 기본권 침해를 줄이려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경찰 판단에서 제외된 혐의를 검사가 직접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장윤기 사건에서 검찰이 부친의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해 증거물 폐기 정황을 찾아낸 방식도 더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웅 전 의원은 지적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단순폭행으로 처리되고 증거가 사라지는 상황을 예로 들어 통제 공백의 위험을 제기했다. 박찬운 한양대 교수도 개정법의 헌법적 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향후 쟁점은 영장청구권만으로 경찰 수사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지와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에 부합하는지에 모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