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대한제국 외교공관 4곳 실체 드러나
핵심 요약
대한제국이 독일 베를린에서 운영한 공사관 소재지 4곳이 약 120년 만에 확인됐다. 레겐스부르거 거리의 한 건물은 당시 외관과 원형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조사는 대한제국이 상주 공관을 두고 외교 활동을 전개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한제국이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기기 전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운영한 상주 공사관의 위치가 약 120년 만에 확인됐다. 국립고궁박물관과 서영희 한국공학대 교수가 이끄는 근대 기록 연구팀은 12일 베를린 시내 건물 4곳을 주독 대한제국 공사관 소재지로 특정했다. 독일에서 대한제국 공사관의 구체적인 흔적을 찾아낸 첫 사례다.
연구팀은 1900년대 초 베를린 공공 주소록에 수록된 공사관 주소 4건을 찾아내고, 당시 신문 기사와 독일 정부의 공공 기록물을 대조해 위치를 확인했다. 세 곳은 주소만 전해지고 당시 건물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한 곳인 레겐스부르거 거리의 건물은 옛 외관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바로 옆 건물에 준공 연도가 1902년으로 표시된 점을 토대로 공사관 건물 역시 원형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대한제국은 1901년 민철훈(1856∼1925)을 독일·오스트리아·영국을 함께 담당하는 특명전권공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독일 현지에 공관이 실제 설치됐는지는 그동안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확인된 상주 공사관은 대한제국이 근대적 주권 국가를 지향하며 외교 활동을 전개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왕실·황실 유물 연구총서’ 사업을 통해 해외에 흩어진 외교 문서와 공사관의 자취를 조사해 왔다.
2022년 기준 대한제국기를 포함한 조선 말기에 설치된 공사관 6곳 가운데 일본과 중국의 공사관 건물은 철거된 상태다. 영국·프랑스·러시아 공사관은 건물이 남아 있지만 임대주택이나 상가 등으로 사용돼 접근이 어렵고, 벨기에 공사관은 현재 상태가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가 사들여 전시관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미국 워싱턴의 주미 공사관 한 곳뿐이다. 베를린에서 확인된 네 곳 가운데 현존 가능성이 제기된 건물은 대한제국 해외 공관의 실체와 외교 활동을 살필 새로운 단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