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의 천사’ 너머 나이팅게일을 읽다
핵심 요약
나이팅게일의 주요 저작을 엮어 간호사·페미니스트·통계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조명했다. 국내에 처음 번역된 《카산드라》에는 여성의 능력을 억압한 사회를 향한 분노가 담겼다. 간호학의 토대를 세운 저술과 후배 간호사에게 전한 조언도 함께 수록됐다.
신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상냥한 간호사의 표상으로 굳어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을 저술가이자 페미니스트, 통계 전문가로 다시 조명한다. 나이팅게일이 남긴 주요 글을 통해 야전병원의 혼란을 수습한 강단과 영국군 의료 체계의 개혁을 이끈 분석력을 함께 보여준다. 김보은이 옮긴 이 책은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됐으며 448쪽, 가격은 2만5000원이다.
나이팅게일은 부상 군인들로 가득한 야전병원에서 질서를 세웠고, 군 지휘관이 의료용품을 내주지 않자 망치로 문을 부쉈다는 일화도 남겼다. 그의 활동은 헌신적인 간호에 머물지 않았다. 방대한 의학 데이터를 분석해 영국군 의료 시스템 개혁을 추진했으며, 여성의 지성과 실천을 억누르던 사회 구조에도 거침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책에 실린 글들은 익숙한 ‘백의의 천사’ 이미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가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번 책에는 나이팅게일이 32세 무렵인 1852년에 쓴 에세이 《카산드라》가 처음 번역돼 수록됐다. 영국 상류층 귀족 가문에서 자란 그는 20대 초반 간호사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저택에서 성장한 숙녀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는 가족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열성과 지성, 윤리적 실천력을 지닌 여성에게 그 능력을 사용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를 비판하고 여성들에게 깨어나라고 촉구했다. 이 글은 여성운동에 영향을 미쳤으며, 버지니아 울프는 글이라기보다 비명처럼 느껴진다는 취지의 서평을 남겼다.
1859년의 《간호에 관하여》는 청결한 환경을 조성하고 식단을 운영하는 방법 등을 체계화한 최초의 간호학 저술이다. 비전문적 노동으로 여겨지던 간호가 전문 영역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한 책이기도 하다. 나이팅게일이 세운 간호 교육기관에서 후배들에게 건넨 조언을 모아 1914년 출간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간호사들에게 전하는 말》에는 겸손과 신앙, 성실함을 강조하는 노년의 모습이 담겼다. 세 저작은 투사와 개혁가, 교육자로 이어지는 그의 다면적인 생애를 한 권에서 연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