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에서 그리는 30대 무주택자의 양지
핵심 요약
30대 초반 미혼 여성은 서울의 부모 집을 떠나 약 3년째 독립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청파동 옥탑방을 거쳐 서촌의 반지하형 구옥 빌라에 살며 주거비와 열악한 환경을 감당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해법을 찾지 못한 가운데 비슷한 처지의 무주택자들에게 연대와 위로를 건넸다.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인 이지안 기자는 약 3년 전 부모의 서울 자가를 떠나 독립했다. 함께 살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생활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내린 선택이었다. 주거비를 비롯한 돈 문제와 여러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있으나 독립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집값과 자산 격차를 마주할 때면 내 집 마련을 현실적인 계획으로 그리기 어렵다고 느낀다.
첫 독립 주거지는 2년 전 서울역 뒤편 청파동에 구한 복층 빌라의 옥탑방이었다. 정식 원룸이 아닌 전대차 계약이었고 방에 들어가려면 전세 세입자의 현관을 통과해야 해 늦은 귀가 때마다 눈치를 봐야 했다. 불편한 구조에도 친구와 둘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은 큰 기쁨이었다. 다정한 기억은 열악한 주거 조건을 견디게 한 힘으로 남았다.
두 번째로 자리 잡은 곳은 학창 시절을 보낸 서촌이다. 익숙하고 애정이 깊은 동네지만 높은 주거비 때문에 경사진 곳에 있는 구옥 빌라를 택했다. 집 앞쪽은 지층이고 뒤쪽으로 갈수록 반지하가 되는 구조다. 친구들이 방문하는 날이면 미리 집을 깨끗이 닦고 냄새가 날까 봐 곳곳에 디퓨저를 놓았다. 반지하라는 사실이 민망해 언젠가는 이보다 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말로 웃어넘기기도 했다.
급등한 집값과 세제 개편은 자신의 삶과 멀리 떨어진 문제처럼 다가왔다. 월급으로 무리해 살 수 있는 선택지는 현재와 비슷한 구옥 빌라지만 직접 살아본 뒤에는 매입을 결심하기 어렵다. 부모에게 서울 개포동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받은 지인을 떠올리거나 경매와 청약 계약금, 또래의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다.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했지만 같은 처지에서 일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30대 무주택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위로로 삼고 언젠가 집과 삶의 양지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