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폭염, 생산·물가·성장 전방위 압박
핵심 요약
폭염이 노동 생산성과 농축산물 공급, 전력 수요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고온 충격은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한국의 성장률도 0.3%포인트 낮아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고온 현상이 한국 경제의 상시 위험으로 떠올랐다. 기온 상승은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농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흔드는 한편, 냉방 수요를 키워 전기요금과 소비자물가에도 압력을 준다. 일시적 재난이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거나 강해지는 구조적 충격이라는 점에서 장기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은행은 6월부터 폭염 영향이 본격화한 뒤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충격이 4개 분기 동안 이어지고, 폭염일수가 집중되는 3분기에는 2020년대 들어 2010년대보다 물가 상승률이 약 0.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농축산물 물가의 상승 폭은 약 0.04%포인트였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2000년대 46일에서 2020년대 67일로 약 1.5배 늘었다.
경제 충격은 생산 현장에서 먼저 나타난다. 건설 작업 속도가 떨어지고 공사가 중단되면서 준공이 4~6개월 늦어진 사례가 확인됐고, 농업과 축산업에서도 작황 부진과 폐사로 공급이 위축됐다. 평균기온이 일시적으로 1도 오르면 농산물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0.4~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졌다. 고온이 1년간 지속될 경우 상승 폭은 각각 2%와 0.7%로 확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냉방기기 사용 확대는 전력 소비와 전기요금 부담을 통해 물가를 추가로 밀어 올린다. 전력 수요 충격은 24개월 넘게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쳤고, 일반적인 충격은 12개월 뒤 물가를 0.03%포인트 높였다. 상위 5% 수준의 강한 충격에서는 상승 압력이 0.56%포인트에 달했다. 기후변화가 최악의 경로로 진행되면 2100년 세계 총생산이 피해가 없는 시나리오보다 21% 감소하고, 한국의 성장률도 0.3%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 재난 대응 투자와 산업별 폭염 대책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