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뒤흔들 공급 확대 변수
핵심 요약
EUV 장비 공급 부족이 한국 메모리 기업의 호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빅테크의 가격 저항과 중국·미국 경쟁사의 생산 확대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났다. 장비 병목이 풀리고 공급이 늘어날 경우 실적과 투자심리가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호황은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부족이 해소될 때까지 이어지는 한시적 국면으로 분석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능성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에는 미세회로 구현을 위한 EUV 장비가 필수지만, 공급을 독점한 ASML이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ASML 장비의 핵심 기술 개발에는 미국 국립연구소들이 대거 참여했고 관련 지식재산권 대부분도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미국 반도체 패권의 기반인 동시에 장비 공급 병목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공급 부족이 계속되는 동안 한국 기업의 깜짝 실적과 주가 상승 동력이 유지될 수 있지만, 높은 반도체 가격에 대한 수요자의 저항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기와 물 부족에 더해 반도체 가격 부담이 겹치자 데이터센터 건립을 늦추는 계획을 내놨다. 애플은 스마트폰용 범용 D램을 중국 창신메모리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중국의 반도체 접근을 차단해 온 미국의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이 요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가격을 조절하도록 압박하는 간접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경쟁사의 증설 움직임도 변수다. 창신메모리는 7월 27일 상하이 증권거래소 상장 뒤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이 SK하이닉스의 60%에 육박했다. 중국 정부는 아이성나 그룹이 자체 개발한 심자외선(DUV) 장비를 창신메모리에 공급할 계획이다. DUV는 EUV보다 공정 횟수가 수십 배 많고 생산성과 품질 신뢰도가 낮지만, 정부가 초기 손실을 떠안아 공급을 늘리면 과잉 생산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3월 대만 파워칩 생산라인을 인수해 고기능 HBM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 일본·대만 업체의 자산을 흡수한 마이크론과 흑자로 돌아선 대만 업체들의 제휴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메모리 호황은 향후 공급 확대와 투자심리 이탈에 대비해야 하는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