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과이익 뒤흔든 공급난과 시장 재편
핵심 요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록적 수익성은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범용 D램 가격 상승은 완제품 사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중국 메모리 업체의 시장 진입 기회를 넓혔다. 반도체 호황을 평가할 때 증시 위험과 산업 생태계, 지정학적 기반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끈 반도체 호황은 증시와 산업 전반에 상반된 결과를 남겼다. 두 종목은 코스피를 9000대까지 끌어올린 뒤 하락하며 지수를 6000대로 되돌렸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낙폭을 키웠다. 월간 신용융자 반대매매는 1월보다 6월에 일곱 배로 늘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두 회사가 호남에 80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 4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SK하이닉스 76%,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70%로,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 약 66%와 TSMC의 60% 안팎을 웃돌았다. 생산량 확대보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수익성을 밀어 올렸다. 범용 D램 계약가격은 1분기에 전 분기보다 90~95% 오를 것으로 예상됐고, DDR4 8Gb 가격은 지난해 4월 1.65달러에서 올해 6월 21달러로 뛰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같은 분기 부품 원가 부담 속에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2분기 세계 D램 점유율은 각각 39%, 26%, 25%로 합계 약 90%에 달했다. AI용 HBM과 서버용 제품에 생산능력이 집중되면서 범용 D램 공급난과 가격 상승이 이어졌지만, 고객사들은 중국 업체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HP와 에이서는 일부 제품에 CXMT 메모리를 채택했고, 애플도 아이폰과 맥북에 중국산 반도체를 넣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동안 후발 공급자에게 시장 진입의 틈도 열린 셈이다.
호황의 기반에는 지정학적 환경도 놓여 있다. 미국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가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고 중국산 반도체의 자국 내 판로를 좁혀 왔다. 한편 한국에서는 스타벅스코리아 압수수색과 선불카드 약관 검토, 쿠팡 조사가 이어지며 미국 기업 차별 논란이 통상 현안으로 번졌고 정부는 차별 주장을 부인했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투자 논리와 함께 기록적 수익성, 수요 산업의 부담, 중국 기업의 추격, 한미 관계의 토대를 함께 살펴야 할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