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9개 품목, 입찰보증금 의무화
핵심 요약
조달청이 반도체검사기 등 9개 품목의 나라장터 입찰보증금 면제를 중단했다. 입찰금액의 5% 이상을 납부하게 해 유령회사와 중복입찰 업체를 걸러낼 방침이다. 공급 안정성 향상이 기대되지만 중소 전문업체의 자금 부담을 낮출 보완책도 요구된다.
나라장터 물품구매 입찰에서 반도체검사기와 진공증착기, 오실로스코프 등 9개 대표 품목의 입찰보증금 면제가 중단됐다. 조달청은 이달 3일 입찰공고부터 해당 품목에 참여하는 모든 조달업체에 보증금을 받기 시작했다. 수억원에서 십수억원에 이르는 장비 가격을 고려하면 업체가 내야 할 보증금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가 될 수 있다.
국가계약법 제9조는 입찰금액의 5% 이상을 보증금으로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달청은 그동안 나라장터 물품 입찰에서 납부를 대부분 면제하고 지급각서로 대신했지만, 계약관이 필요성을 인정한 이번 9개 품목에는 예외를 적용했다. 지난달 무분별입찰 우려 품목을 지정한 데 이어 최근 3년간 입찰 데이터를 토대로 직원이 없거나 수천 건에 중복 참여한 업체가 두드러진 분야를 추려 제도를 시행했다.
고가 첨단 장비 입찰에는 제조 역량이나 정식 공급 권한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와 유통 브로커가 먼저 낙찰받은 뒤 실제 장비업체에 낮은 가격의 공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반도체 장비는 납품 후에도 정밀한 조정과 엔지니어의 사후 관리가 필수적이다. 공급 능력이 부족한 업체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연구소와 대학, 국립기관 등 공공기관의 연구개발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보증금 의무화로 입찰업체의 신용도와 재무상태를 검증하고, 공급 역량을 갖춘 전문업체의 참여 기반과 계약 이행률, 공공 연구 인프라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기술력이 있는 중소 전문업체도 자금 부담 때문에 입찰을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 보증보험을 활용해도 입찰이 늘면 보험료와 담보 부담이 커지는 만큼 검증된 업체의 면제·감면 기준, 수수료 완화, 품목 지정 과정의 업계 의견 반영이 보완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