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급등에도 빚투 청산 투자자 '울상'…레버리지 규제 후폭풍
핵심 요약
코스피가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했지만 반대매매를 당한 빚투 투자자들은 반등 수혜를 보지 못했다.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 원으로 상향하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했다. 전문가는 증시가 투기장처럼 변했다며 무리한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코스피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폭(17.91%)으로 급등 마감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반등을 예상하고 전날 매수한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봤지만, 하락장에서 투매하거나 신용거래 반대매매를 당한 투자자들은 이날의 상승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를 한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 부족해지면서 보유 주식을 강제로 팔리는 반대매매를 경험했고, 급등한 반도체주의 반등 수혜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40대 직장인 이혜영 씨는 최근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9월에 내야 할 아파트 중도금 일부를 잃었다. 두 달 안에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씨는 "중도금 납부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손실 회복이 시급한데, 증시가 요동치고 대출도 쉽지 않아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26.81%)와 SK하이닉스(+29.95%)가 유례없이 급등했지만, 강제청산을 당한 투자자들은 이 같은 반등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에 필요한 기본예탁금을 주식 포함 1000만 원에서 현금 3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문턱이 높아지면서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대금은 3조966억 원으로 전날(12조4485억 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서울 강남구의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오늘 레버리지에 가입했다면 투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는데 막차를 타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일부 투자자들은 "3000만 원을 넣었는데도 레버리지 매수가 되지 않는다"며 혼란을 호소했다.
당일 매도 대금은 체결 후 2영업일 뒤에야 현금으로 인정되는 반면, 매수 체결 금액은 곧바로 현금 인정액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투자자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의 예탁금이 요구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개인별 투자 한도(20%) 설정, 과다 호가 부담금 적용 등 추가 보완 대책을 준비 중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주가는 실물 경제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승이라기보다 증시가 투기장처럼 된 상태"라며 "주가가 오른 만큼 빠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무리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