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근로시간 예외 두고 부처 간 엇박자
핵심 요약
메가특구법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놓고 산업부와 노동부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중국은 장시간 연구·개발과 반도체 생태계 확장을 바탕으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정책 추진에 앞서 정부가 내각의 이견을 조정하고 규제 개혁의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법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놓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가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더 큰 성과를 위해 일하려는 사람을 제도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규제 완화를 강조했지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와의 대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무위원 사이의 시각차가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정관 장관은 목요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중국의 장시간 근무 사례를 소개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이른바 ‘996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경쟁사를 따라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직원들의 불만이 나온 뒤 일부 기업이 자정까지 근무시간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 반도체 기업을 방문했던 경험도 언급하며, 더 일해 성공하려는 의지를 규제가 꺾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중국은 대만과 미국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에 가장 큰 경쟁 압력을 가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최근 반도체 노광장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기술 발전 속도와 소재·부품·제조장비 생태계의 성장세가 세계 업계에 충격을 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강한 재무 성과가 중국의 기술 추격을 가볍게 보는 안도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영훈 장관은 반도체 기업들이 주 52시간제 예외 없이도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즉각적인 규제 변경보다 노동계와의 협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은 주요 반도체 생산국 가운데 근로시간 제한이 엄격한 편이고, 중국보다 숙련 인력과 활용 가능한 노동시간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메가특구 구상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려면 산업계와 국민에게 정책 수용을 요구하기에 앞서 내각 내부의 이견을 조정하고 규제 개혁에 반대하는 측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