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가격 상승 주도 교역조건 개선, 내수 회복 효과 과거보다 커
핵심 요약
한국은행은 반도체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 유가 하락 때보다 내수 회복 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GDP와 GDI 간 성장률 격차는 9.4%포인트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일부에 집중되는 데 따른 금융불균형과 산업 쏠림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주도하는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 국제유가 하락 때와 달리 소비와 투자 등 내수 회복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한 반면, 교역조건 개선 효과가 반영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2% 증가해 두 지표 간 성장률 격차가 9.4%포인트로 1960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번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와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중동발 유가 상승에도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수출물가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고 있다. 올해 1분기 반도체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92.5% 급등했고, 수출물가 상승분의 73.4%를 IT 부문이 기여했다. 이종웅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이번엔 수출가격이 교역조건 개선을 주도하면서 기업 이익이 바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투자를 바로 해야 하는 만큼 투자 효과도 과거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교역조건 개선기에는 소비 확대 효과가 제한적이고 투자는 시차를 두고 증가했지만, 수출물가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이끄는 국면에서는 소비가 유의하게 늘고 투자도 즉각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번 역시 AI발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물가 상승형’ 교역조건 개선인 만큼 내수 파급효과가 과거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소비 회복은 투자보다 다소 늦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IT 부문 중심의 높은 임금 상승세가 가계 소득 기반을 확충하고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도 일부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혜가 한계소비성향과 자산효과가 낮은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돼 전체 소비 파급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반도체 호조의 성과가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될 경우 중장기 성장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여타 제조업으로 성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통합·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높은 IT 의존도로 경기와 재정, 금융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하며,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 증대가 서비스 등 비교역재를 중심으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분석했다.